[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담비…우리나라 최상위 포식자 역할

담비가 내 곁으로 왔다. 호랑이도 잡는다는 담비(담보)는 우포늪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에 해당한다. 현재 늪 안에는 들개, 삵, 멧돼지 등이 있지만 고라니·왜가리 등 빠르게 움직이는 야생동물과 조류를 사냥한다. 지난 6월 24일 아침 모니터링하는 길에서 왜가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직감적으로 건너편 소나무 숲과 훼손 습지 개선지역 논을 살피는 순간, 왜가리 사냥에 실패한 담비가 나무 뒤에 서서 관찰하고 있는 나에게로 좌우를 살피면서 걸어왔다. 숨죽이며 담비를 지켜보고 있는데, 잠시 논 안에서 멈칫하더니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순식간의 이동이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다행히 잠시 멈추어 선 사진 한 컷과 날아오르는 사진 한 장이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창녕 우포늪에서 마주친 담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다.

서울의 한 신문사 카메라 기자는 40년을 담비를 촬영하기 위해 찾아 헤맸는데, 아직 못 찍었다고 했다. 그는 야생조류 전문가이기도 하다. 덧붙여 철원의 두루미 아버지로 불리는 스님 한 분은 '저는 아직 못 봤습니다. 덕을 많이 쌓으신 듯!'이라고 재미난 덕담을 하였다.

미국에서 보전생물학을 공부하는 한 학생은 '미국에서 담비 탓에 제비 연구하는데 제비집 몇 개를 잃었는지 몰라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에서는 담비 보기가 어려운데 미국에서는 제법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국립환경연구원의 연구진은 지리산·속리산 등지에서 그 발자국을 추적하고 배설물을 분석하는 한편 무인센서 카메라도 설치하는 등으로 담비의 생태를 국내 처음으로 본격 조사했다. 무인카메라를 통해 담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 담비는 호랑이와 표범 등 맹수가 사라진 남한의 깊은 산에서 최상위 포식자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담비는 족제비·오소리·수달과 함께 족제빗과 중형 포유류로 청설모와 쥐를 주로 잡아먹고 때로 멧토끼, 어린 노루 등을 사냥하기도 하는 잡식동물로 알려져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4년 동안 담비를 연구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담비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을 지닌 우산종으로 생태계 보전에 활용 가치가 큰 동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담비는 옛날부터 전설적인 야생동물로 전해져 온다.

실제로 늑대처럼 집단으로 멧돼지까지 잡아먹는 모습을 보았다는 노인들이 있다. 늑대처럼 집단으로 멧돼지를 포위하면서 주변을 빙빙 돌면 멧돼지도 그 방향을 따라 방어하기 위해 빙빙 돈다. 행동이 담비보다 느려 날카로운 발톱으로 한 방씩 얻어터지면서 끝내는 담비 한 마리가 멧돼지의 급소를 무는데 성공하고, 그러면 다음은 나머지 담비가 덤벼들어 급소를 물어뜯어 결국 숨이 끊긴다는 것이다.

이런 담비가 우포늪에서도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인식(우포늪 따오기 복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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