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이윤석·김경임 부부

10여 년 전에는 얼굴·이름 정도만 아는 사이였다. 그때는 상상할 수 없었다. 둘이 부부가 될 줄은….

이윤석(35)·김경임(34) 부부는 지난 9월 8일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이 있기까지 둘은 꽤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둘은 대학 시절 각각 학생회 활동을 했다. 학교는 다르지만 학생회 간 교류를 통해 자연스레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다. 서로 이성적인 끌림도 전혀 없었다.

경임 씨는 윤석 씨에 대한 옛 기억을 풀어놓는다.

"키가 크고 얼굴도 잘생겼어요. 하지만 제 스타일은 아니었죠. 저는 친구처럼 장난도 칠 수 있는 남자가 좋았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완전히 바른 생활 이미지예요. 목사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랬으니 그때는 전혀 관심 없었죠."

   

윤석 씨 역시 '그냥 발랄한 학생' 정도로 경임 씨를 대할 뿐이었다.

그렇게 각각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래도 인연의 끈은 이어졌다. 청년단체 활동을 다시 같이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하지는 않았다. '같은 단체 동료'로 또다시 흘려보낸 시간이 2~3년가량 된다. 그러다 둘 사이를 연결한 무언가가 있었다. 지정된 친구를 챙겨주는 '마니또'였다.

"회원들끼리 좀 더 친하게 지내기 위해 '마니또'를 정했는데, 저와 남편이 함께하게 된 거죠. 그때부터 자주 보기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었죠. 저는 말이 되게 많은 편인데, 남편은 제 이야기를 묵묵히 잘 들어줬어요. 그리고 늘 응원하는 입장에서 격려하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많이 의지가 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이 메신저 대화로 그러는 거예요. 제가 좀 있으면 연애를 할 거라면서, 상대 남자는 키가 어느 정도 되고 성은 이 씨라는 거예요. 본인을 말하는 거였죠. 그때 남편이 저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사실 주변에서는 이미 다 눈치채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고백을 받은 경임 씨는 좀 망설이기는 했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저런 주변 현실적인 문제로 고심했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OK' 답을 했다.

뒤돌아보면 그때부터 1년 6개월 연애 동안 둘 사이에 큰 고비는 없었다. 윤석 씨는 성격이 아주 꼼꼼한 반면 경임 씨는 정반대다. 여행을 가더라도 윤석 씨는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둘러보려는 쪽이고, 경임 씨는 자유롭게 다니면서 쉴 때는 푹 쉬어야 한다는 쪽이다. 그래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맞추려 노력하니 아무런 벽이 되지 않았다.

   

결혼식 3개월 전에 결혼 날짜를 잡았다. 양가 어른들 신경 쓸 일 없도록 오직 둘이서만 준비했다. 준비 기간이 좀 빠듯하다 싶었다. 하지만 세심하고 계획적인 윤석 씨가 있어 전혀 문제없었다. 경임 씨는 그런 윤석 씨가 아주 든든하게 다가왔다.

윤석 씨는 마음을 담은 영상과 반지로 프러포즈했다. 경임 씨는 폭풍 눈물로 화답했다. 그런데 감동적인 순간도 잠시, 반지가 문제였다.

"반지가 작아 넷째 손가락에 들어가지를 않는 거예요. 그래서 경임이가 한동안 새끼손가락에 끼고 다닐 수밖에 없어 핀잔을 많이 들었죠. 나중에 금은방에서 반지를 늘여 마침내 제대로 끼워 줬답니다. 하하하."

둘은 결혼 후 첫 명절을 보냈다. 가족 구성원이 많지 않은 경임 씨로서는 사람 북적북적한 시댁 분위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침 일찍 일어나 시어머니 옆에서 일 거드는 것이 힘들기는 했다.

서로 알고 지낸 지 10년도 넘었지만, 부부가 된 지는 이제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아직도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하루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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