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을 적지 않게 소유하고 있는 나는 이번에 iOS7으로 업데이트하여 애플의 저력을 다시 접해보았다.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가 기초를 세우고 역사를 만들어갔던 애플은 작년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힘을 잃어가는 듯 보이지만 아직 잡스의 힘이 미치고 있다.

<잡스> 영화를 접해보면 잡스의 성격은 독단적이고 변덕이 심하고 반항적인 기질이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고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이 강하다. 비즈니스적인 능력이 있어서 협상력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지만, 폐쇄적인 것을 선호하여 사람들의 원망을 한몸에 받는다.

스티브 잡스를 보면 어떤 부분에는 삼국지의 조조를 연상케 한다. 독단적이고 변덕이 심했던 성격도 비슷해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세상을 저버릴망정 세상이 날 외면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기본 마인드가 닮았다. 세상 사람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으면서 살 것 같지만, 세상은 그들을 기억한다.

세상은 여정에 대한 노력을 보상한다.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 천재였던 워즈니악의 재능을 훔쳤느니 다른 사람들을 잘 활용했을 뿐이라는 악평을 듣기도 하지만 그가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재능과 그의 직관적인 관찰력은 인정해야 한다. 애플1, 2가 그를 거대기업의 수장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타협 없는 품질에 대한 집착은 엄청난 출혈을 야기하게 되고 결국 애플2 차기 프로젝트를 망치지만 매킨토시를 만들어낸다.

애플1, 2는 워즈니악 그 자체였다면 매킨토시는 스티브 잡스의 작품이다. 영화에서도 매킨토시의 처음 프로젝트 리더는 제프 레스킨이었지만 스티브 잡스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스티브 잡스의 의도대로 문화와 철학이 담긴 제품이 탄생한다.

고집쟁이들이 모여서 만든 매킨토시의 초기모델 128k, 512k, 플러스에는 개발에 참여했던 45인의 사인이 들어가 있고 이 중에 스티브 잡스의 사인도 포함이 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그냥 파티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를 칭해 사인 파티라고 그들은 명명하였고 애플의 기록에 남아 있다. 만약 이 모델을 가지고 있다면 잘 보관하는 것이 좋다. 비싸게 팔릴 테니.

영화 <잡스>의 한 장면.

맨발로 대학을 활보하면서 다닌 스티브 잡스는 자퇴하여 대학생이 아님에도 여러 강의를 청강하고 다닌다.

지금이라면 맨발로 잔디밭을 돌아다니는 것은 들쥐가 옮기는 쓰쓰가무시병에 걸린다고 난리를 쳤을 텐데 말이다. 자유로운 영혼 같지만, 자신의 고집이 너무나도 명확해보이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이다.

모든 사회 부적응자와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잡스처럼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 속에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2013년 9월 19일 새벽 2시(한국시각)부터 배포된 iOS7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중이다.

뉴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패드미니…. 용량은 제각각이지만 시간은 2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폰을 바꾸지 않고도 새로 샀다는 느낌을 주는 제품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iOS7의 UI와 다이내믹한 처리, 평면적이지만 직관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군더더기가 없어 보이는 애니메이션과 모션방식은 흥미롭게 변했다.

새로운 OS를 사용하다 보면 앱에서 앱으로 전환하는 멀티 태스킹도 편해졌고 앱을 종료하는 것도 그냥 위로 스와이프 해서 던져버리면 된다.

특히 사진을 찍을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리던 예전과는 달리 거의 연사에 가까운 기능과 사진별로 카테고리화한 것도 만족할 만하다. OS 업데이트를 하고 느낀 점은 산 지 몇 년 된 폰이 새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애플에 아직 머물러 있다. 그의 고집스러움과 비즈니스 전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애플이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는 행보가 iOS7이다.

<잡스>라는 영화는 그냥 그런 영화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잡스의 행보나 그의 작품세계 등을 모른다면 평범한 영화로만 비치겠지만 말이다.

/식객(지민이의 식객·http://blog.daum.net/h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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