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행의 지역환수라는 대명제가 걸린 경남은행의 매각 향방이 오늘 그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예비 입찰을 위한 투자 의향서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광주은행을 포함한 두 개 지역은행의 분리 매각방침이 발표된 이후 경남지역 인수추진위원회와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3자 구도로 형성된 입찰 희망그룹에 뒤늦게 기업은행이 가담함으로써 4파전이 됐다. 자유경쟁의 경제원칙을 고려하면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끈질김은 그렇다 해도 기업은행은 과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게 큰 관심사이며 실제 기업은행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할 경우 경남은행 인수전이 또다른 국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상공인들이 중심이 된 경남지역 인수추진위원회는 그동안 전방위적인 방어전략 아래 대구와 부산의 경남 장악을 저지키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도민에게 호소하는 한편 지역의 정치 행정적 역량을 총 결집해서 경남은행이 타지역 자본에 복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정부와 국회 금융계를 향해서는 경남은행의 자본 구조나 경영진이 경남 사람들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성을 열심히 역설해 왔음을 숨길 수 없다. 그 결과 어느 정도 동정론을 얻은 측면도 없지 않다. 지역 논리도 한몫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전혀 다른 변수다.

마감을 해봐야 알겠지만, 소문대로 기업은행이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이번 인수전은 그나마 종전 3자 구도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작용한 지역환원 정서가 물 건너갔음을 의미한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행의 참여가 경남은행 입찰의 흥행성을 자극한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오늘 접수되는 투자의향서가 기업은행이 낀 다자구도로 결론이 나면 경남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아무런 보람도 남기지 못할뿐더러 지역은행의 지역환수는 다만 희망 사항으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지역 기득권을 인정치 않는데 다른 지역 은행인들 순순히 양보할 수 있겠는가. 기업은행은 지금이라도 객관적 타당성에 근거하여 경남은행을 경남사람들에게 돌려주는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흡수통합보다는 공존하는 가치관이 더 상호보완적이지 않겠는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