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 참여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남은행 노조는 비판과 경고 성명을 잇달아 낸 데 이어 항의 방문으로 기업은행을 압박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는 17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신텍타워 6층에 있는 기업은행 부산·경남지역본부를 찾아 인수 계획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경남은행 노조 김병욱 위원장을 포함한 임원과 집행부 등 6명이 참석했고, 기업은행 부산·경남본부 이기국 본부장이 항의 서한을 받아 본사에 전하겠다고 답했다.

경남은행 노조 김병욱 위원장은 “기업은행 조준희 행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국책은행의 인수는 민영화를 가장한 국유화에 불과하다”며 “정확한 내용을 알고 기업은행의 자세를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지역민을 무시하는 처사인데, 앞으로 기업은행이 지역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기업은행이 지역본부 차원에서 경남은행 직원을 상대로 의중을 파악하는 데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국책은행이니까 임금이 상향 평준화한다는 말로 우리 직원들을 우롱하고 있다. 조합원을 분열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 김병욱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경남은행 인수와 관련해 17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신텍타워 6층 기업은행 부산·경남지역본부를 항의방문했다. 이날 김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기업은행 이기국 부산·경남지역본부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한 후 은행을 빠져나오고 있다. /박일호 기자

기업은행 이기국 본부장은 “경남권이 사실상 제조 벨트이고, 중소기업이 잘 되면 국가경제도 잘되지 않느냐. 기업은행이 부산·울산·경남 사업본부까지 뒀지만, 이곳 지방은행이 2개이다 보니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부울경에서 부족한 네트워크를 보완할 수 있다.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지역을 위하고 국가 경제를 위한다는 큰 뜻에서 경남은행과 기업은행이 같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은 “무엇이 진정 지역을 위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지방은행의 경쟁 구도가 좋은 것인지 기업이나 지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은행 직원 의중 파악에 대해선 “어떤 상황인지 조사하는 정도이고, 동향이나 여론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지역민, 경영인, 경남은행 직원 등이 기업은행의 인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직접 물어볼 수 있다. 각계각층의 여론을 조사하는 것인데 며칠 안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남은행 노조는 “지역민은 경남은행의 지역환원 분리 매각을 위해 100만 명 서명운동, 결의대회 등을 이미 다 진행했는데, 더 파악할 게 있느냐”면서 “합병과 임금 상승이란 말로 조직을 분열시키고 있다. 감정싸움이 아니라 앞으로 더는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다. 또다시 직원을 상대로 의중을 파악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준희 행장은 지난 15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들러리 서려고 지방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경남은행 인수는 2% 부족한 중소기업 금융을 채우기 위한 기회”라며 “지방은행 매각 흥행을 위해 국책은행이 총대를 멨다는 시각이 있는데 절대로 그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3년 투 뱅크(Two Bank) 운영 후 통합’이라는 합병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영화 취지를 위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업은행도 결국 민영화돼야 하는데 경남은행 인수 이후 기업 가치를 높여 민영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16일 성명을 내고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 시도는 경남·울산지역의 금융주권 약탈, 지역금융을 죽이기 위한 찬탈행위”라며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기업은행이 계속 인수를 시도한다면, 경남·울산의 지역사회, 지역민과 함께 그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은 경남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남은행 인수를 놓고 경남지역 상공인 중심의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DGB금융지주(대구은행), BS금융지주(부산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입찰 투자의향서 마감은 오는 23일 오후 5시다. DGB금융과 BS금융은 광주은행 인수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첫 단추로 두 지역은행의 새 주인이 과연 누가 될지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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