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16) 제비 무리를 보면 연락주세요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다. 그렇게 무덥던 더위도 신기하게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올해도 제비들은 우리나라에서 어렵게 둥지를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냈다. 제비들도 이제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수만 년 이어온 본능에 따라 온몸으로 느낀다. 2차 번식까지 8월에 거의 모든 제비가 끝을 내고, 제비들은 그들의 둥지를 떠나 먼 여행을 준비한다.

만약 여러분이 제비라면 겨울을 나기 위해 동남아시아까지 짧게는 1000㎞, 길게는 3000㎞ 남짓을 날아가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겠는가? 낮에 이동할까? 밤에 이동할까? 혼자서 아니면, 여럿이 모여 같이 이동할까? 무리를 짓는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움직일까? 한반도의 제비들은 주로 겨울을 나기 위해 어느 나라를 선택할까? 바다를 바로 건너갈까? 아니면 중국 대륙 동해안선을 따라 내려갈까? 며칠이나 걸려 내려갈까?

보통 7~8월에 제비들은 일단 자기가 살던 마을에 작은 무리를 이루고, 이어 바닷가로 모여든다. 그리고 아주 큰 무리를 남쪽 바닷가나 제주도를 중심으로 이룬다. 마을에서 많아야 열 마리나 수십 마리 정도 보이던 제비가 9월이 넘어서면 어디서 왔는지 수백에서 수천 마리까지 무리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낮에는 먹이활동이나 휴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근처 갈대밭 갈대에 매달려 잠을 청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이동한다고 한다. 먼저 8월에 어미 무리가 남쪽으로 이동하고, 9월이나 10월에 주로 그해 태어난 어린 제비들과 일부 어미 제비들이 출발한다고 한다. 제비는 무리를 지어 낮에 이동을 한다고 한다. 평균 이동 속도는 55~60㎞라고 한다.

   

그럼 왜 어미 제비들이 일찍 출발할까? 급하게 돌아갈 까닭이 있을까? 어린 새끼들도 아직 고향에 남겨 두고 떠나야할 까닭은 뭘까? 번식을 해야 할 것도 둥지를 지을 것도 아닌데.

아직 우리나라에 제비가 집단으로 모이는 남해안 장소에 대한 체계 있는 연구가 없다. 제비가 강남 가기 전 어떤 과정으로 집단을 형성해 떠나는지 알아보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제비가 집단을 형성한 모습을 보시면 장소와 날짜, 대략의 개체수를 알려주시면 고맙겠다. 같이 제비에 대한 관심을 나누자는 뜻도 있고, 이 주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뜻도 있다. 그 결과들이 앞으로 여러 해 모인다면 위의 가상도가 더 이상 가상도가 아니라 실제 제비 집단 형성 분포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대규모로 집단을 형성하는 지역은 제비 생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지역 개발에서도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을지 알아보자. 이 신문을 보면 경남도민일보 누리집에 이 기사가 실릴 것이다. 그러면 그 신문기사의 게시물의 댓글로 자신이 보고 들은 제비 무리 소식이나 과거 기억 따위를 남겨 주면 된다.

위의 가상도가 어떤 제비 집단 형성 분포도로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오광석(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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