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이 시작된다.

9월 초부터 대형마트, 백화점에선 추석맞이 대대적인 행사가 벌어졌고 각종 선물세트가 진열되고 고향 앞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명절 때 가족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선 의례적으로 이런 선물 세트를 사서 방문하는 것이 당연한 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매년 명절을 치르면서 나 또한 당연한 듯이 선물세트를 고르고 그 중에서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것, 가장 무난하고 대중적인 것을 골라서 선물을 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한우, 참치, 햄, 과일, 샴푸·치약, 건강식품, 술, 양말 등등….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을 그 마트가 정해준 폭 안에서 하고 그 안에서 고르고 끝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추석 선물을 사지 못했다.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 때문에 아무 것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근데 왜 명절에 이런 똑같은 선물을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각자 집에서 재배한 먹거리나 만든 물건이 있던 시절에는 떨어져 사는 가족 친지에게 이를 나눠주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뭐든지 돈을 주고 사는 현대인들은 왜 굳이 똑같은 선물을 구입하고 서로 주고받는 걸까? 돈을 주는 건 생뚱맞으니까? 어차피 필요한 물건들이니까?

그런 고민조차 없이 의례적으로 선물을 사서 교환하는 사이에, 우리는 대기업과 유통업체들이 대량으로 찍어내는 개성 없고 의미 없는 물건들을 어쩔 수 없이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명절에 받은 비누와 치약을 1년 내내 쓰느라 정작 원하는 제품을 구입해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젠 명절이 다가오면 선물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버렸다. 인지상정상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러 가면서 빈손으로 갈 수도 없는 일.

하지만 그들이 들고 온 추석 선물이 마음에 들어서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매년 받는 천편일률적인 선물에 한숨을 쉬는 이도 어쩌면 많을지 모른다.

이젠 모두가 똑같은 선물을 들고 가는 모습에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이번 추석에는 나부터 판에 찍어낸 듯한 선물 말고 조금 더 마음을 담은 선물을 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지금까지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어떤 선물을 하는 것이 좋을까. 이 선물을 받으면 좋아하실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 분을 위한, 그 분에게 꼭 필요할 거 같은 맞춤형 선물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쉽진 않겠지만 올해는 주는 내가 편한 선물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기뻐할 선물을 하고 싶다.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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