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 앞 삼거리에서 고민을 한다. ‘눈 딱 감고 그냥 건너. 아니야, 그래도 양심이 있지. 조금만 더 걸어서 건널목으로 건널까.’ 결국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 건널목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고민없이 했어야 할 행동이다. 그러나 나는 이 삼거리에 서면 검은 유혹의 손길에 몇 번이나 휘둘린다. 빠르고, 쉬운 길을 택하려는 사람의 심리는 모두 같다. 결국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때로는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별 생각 없이 하는 무단횡단이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항상 건널목으로 오른손을 들고 건너야 한다며 교육을 하지만 실제는 전혀 말과 맞지 않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겁먹은 표정이거나, 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많다. 분명 그들은 무단횡단을 하라고 배우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다. “어제 아이와 남편과 함께 시장엘 가고 있었어. 건널목을 건너려면 길을 한 번 더 건너야 하기 때문에 차도 오지 않아서 아이 손을 냅다 잡고 길을 건넜지. 그랬더니 남편이 날 부르는 거야.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당신은 명색이 선생님이면서 어떻게 이런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 순간 아차! 싶었지. 그래서 아이 손을 잡고 건널목으로 다시 길을 건넜어. 항상 너희에게는 바른 생활을 해라,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나는 어느 새 범법자가 되어 있더구나.”
그 당시에는 그저 웃어넘긴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이야기가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걸로 보아선 어린 나이에도 꽤 인상깊었나 보다. “엄마랑 아빠는 왜 이 곳에만 오면 나보고 빨리 뛰라고 해요.” 수많은 부모님이 들어야 될 말일지도 모르며, 어쩌면 미래의 내 자식에게서 들을 무서운 말일지도 모른다. 불과 몇 발짝만 가면 하얀 선의 존재가 눈에 띈다. 그저 귀찮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도로를 내달린다면 아이의 마음 속에는 그 수만큼 검은 선이 생길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모범시민이 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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