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토종 민물고기 수족관 운영하는 이병진 씨

"우리나라 민물고기 중에 아는 이름 있어요?"

각시붕어, 버들붕어, 큰줄납자루. 처음 듣는 물고기 이름이다. 송사리, 버들치는 들어보니 알겠다.

토종 민물고기와 사랑에 빠져버린 듯한 사람 이병진(35·사진) 씨. 민물고기를 수족관에 키우는 재주꾼을 만났다. 작은 어항에 열대어를 키우는 사람은 봤어도 사무실 책상만 한 수족관에 민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처음 봤다. 병진 씨는 어린 시절부터 물고기와 가까이 지냈다. 아버지가 수족관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수족관을 운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2살에 군대를 제대하고 누나와 매형 따라 10년을 인테리어 사업에 빠져 지냈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도 관상어동호회 활동을 했어요.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것처럼 물고기 키우기에 빠진 사람끼리 모이면 삶에 활력소가 됐죠."

관상어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물고기 이름을 익히고, 서식지를 쫓아다니다 보니 멸종위기에 놓인 토종 민물고기를 알게 됐다.

"가시고기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 민물고기였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인 끝에 개체수가 늘어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토종 민물고기가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깝고 속상한 나머지 제가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병진 씨는 지난 2010년 11월 '은빛여울'이라는 가게를 김해시 구산동에 열고 민물고기 수족관 판매와 전시 사업을 시작했다.

"외래어종인 열대어는 판매자가 양식으로 대량 생산해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팔죠. 그러면 사람들은 쉽게 사서 키우다 죽으면 다시 물고기를 사서 어항에 담는 형태죠. 물고기도 소중한 생명인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전국을 돌며 민물고기를 채집한다. 민물고기만 수족관으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수초, 돌멩이, 산란처가 될 조개까지 함께 데려온다. 먹을 게 없어 배가 홀쭉하거나 병에 걸린 물고기를 데려와 키워 잘 먹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에 두 번 산란 철에 몸 색깔이 변하는데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자연에 두는 게 물고기를 위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상품화해야 멸종되지 않는다"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사람이 민물고기는 잡아먹는 걸로만 생각합니다. 잡아먹을 수 있는 종도 있지만 보호하고 키워야 하는 종도 있습니다. 결국 관상어로 키울 수 있는 민물고기를 찾아 상품화를 시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일이 급선무죠. 또한 민물고기를 채집하러 다니다 보면 하천공사로 조개가 폐사돼 '납자루아과' 어종 토종민물고기는 산란할 조개가 없어 서식지를 잃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의 사업 전략은 개인 판매를 원칙으로 하지 않는다. 민물고기는 작은 어항에 두면 죽어 버리기 때문에 가로 240㎝, 세로 60㎝, 폭 65㎝ 수족관을 둘 수 있는 곳은 관공서, 기업, 학교 등이라 여겼다. 개인 집에 두고 보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 있어야 토종 민물고기를 알리는데 효과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병진 씨 최종목표는 민물고기 생태전시관을 여는 것이다.

"단순히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우리 민물고기 생활사를 알 수 있는 생태전시관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민물고기가 살아가는 서식지가 훼손되지 않게 생태환경 보호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두도록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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