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원목가구 만드는 심승보 씨

'하늘을 나는 섬'을 마음에 품은 심승보(41) 씨. 그는 망치, 톱, 끌, 대패로 상상의 나라 '라퓨타'를 만들고 싶었을까.

심 목수는 궁전은 아니더라도 멋진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다. 손때 묻어 세월이 흐를수록 빛이 나는 원목가구를 만든다. 가구 일을 한 지 올해로 13년째다. 처음부터 가구 일을 생업으로 하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한 그는 설계사무소에서 첫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다 눈을 돌린 게 인테리어업이었다. 바쁠 때는 한 달에 아파트 8채를 리모델링하기도 했단다. 어쩌다 가구에 꽂혔을까.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면 가구 납품도 하는데, 한 날 어떤 가구를 봤는데 기똥차게 만든거라." 그 길로 인테리어업을 접고 가구 만드는 기술 배우기에 나섰단다.

창원 사림동 인근서 원목가구 공방 '라퓨타'를 운영하는 심승보 씨가 가구용으로 쓸 원목을 다듬고 있다. /표세호 기자

그의 맘을 홀라당 빼앗아버린 원목 수제가구를 만든 목수를 사부로 모시고 1년 동안 정진했다. 아침 6시에 출근하는 부지런한 사부 따라 묵묵히 심부름도 하고, 톱질과 대패질하면서 먼지도 많이 마셨다고 했다. 디자인, 설계, 재료주문, 절단부터 대패질, 조립해서 칠 등 마감 질까지 찬찬히 익혔다.

설계와 인테리어 일을 해봤으니 가구 만드는 기술 배우기가 수월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전기톱은 칼과 달라서 한 번 잘리면 붙일 수가 없어요. 이런 일 하는 사람들 만나면 손끝부터 보게 됩니다." 인테리어 일하면서 망치·톱질 안 해봐겠나. 못하나 박는데도 요령을 알아가고, 잘 만드는 것만큼 안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운이 좋았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련과정을 거쳐 자신의 공방을 열었다. 처음 주문받아 만든 가구가 책상이다. 조심스러웠다. 만들 때는 빨리 만들어서 수금해야지 싶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만족스러운 작품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겁이 덜컥 났단다. 그래서 납품을 하루 미루기도 했는데 다행히 예쁘다고 해서 돌아오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단다. 시행착오는 없었을까. "처음엔 주문받은 가구를 만들어놓고 자기만족에 취해서 안보였던 흠집이 납품하러 가서 보여 부끄러워했던 일도 있었어요." 숙련된 기술자이지만 지금도 전문지를 보면서 디자인, 제작방법, 장비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설계, 인테리어업, 가구 만드는 목수 일은 모두 고향인 대전에서 일이다. 2년 전 그는 창원으로 옮겨왔다. 창원으로 이주한 이야기는 짝을 만난 시점으로 돌아간다. 가구 만드는 일을 하면서 연애도 시작했단다. 후배가 창원에 사는 여성을 소개해줬는데 그녀와 가구만큼이나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2년 동안 연애하면서 대전과 창원을 오가는 데 기름 값만 1000만 원을 썼을 겁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반했다기보다는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한 뒤에도 주말부부로 살았단다. 그는 대전에서 목수 일을, 아내는 창원에서 직장다니며 딸을 키웠다. 그러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창원에서 가족과 함께 살기로 맘먹었다.

원목 수제가구 주문은 "소개가 반, 재구매가 반"인데 대전 고객들을 포기하고 창원으로 옮겨와 '맨땅에 헤딩하기'를 감행한 셈이다. 처음 석 달 동안은 창원시내 미용실, 부동산사무소마다 다니면서 전단을 돌렸다. 지나다 들른 사람들이 주문하고, 그 사람들 소개를 받아 고객을 늘려 지금은 좀 안정됐다.

기성품과 수제원목가구의 차이는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내구성과 몸에 좋은 친환경 가구. "어릴 때 초등학교 나무 책상 기억하시죠. 흠집, 낙서가 있는 책상이지만 스토리와 추억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추억이 담긴 가구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창원시 사림동 사격장 올라가는 길가에 있는 그의 작업장 이름은 '라퓨타'. <걸리버 여행기>의 날아다니는 섬, 일본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이름을 땄는지 물었다. 그는 "맞습니다.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라고 했다.

라퓨타를 동경하는 심 목수의 꿈은 뭘까? 대답을 듣고 둘 다 폭소했다. 골프연습장을 짓고 싶단다. 골프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1층에 작업장을 두고 골프장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지요. 돈 있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원목가구 장사가 잘 될 거 같지 않습니까."

그는 뜻있는 일도 한다. 어린이날과 성탄일에 장애인복지관 추천을 받아 어린이 1명씩에게 책상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올해 어린이날 책상을 첫 선물했다.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날과 성탄일을 특별하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한 달에 한 명씩하고 싶은데, 올해 크리스마스 때 두 번째 선물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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