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터뷰]딸 박기연이 쓰는 엄마 정영순 이야기

언니 같은 엄마 정영순(50·주부) 씨와 친구 같은 딸인 나 박기연(23·학생). 다들 부러워하는 우리 모녀 사이! 아빠와 동생의 질투 속에서도 단둘이 데이트를 즐기는 우리 모녀는 늘 함께하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오늘은 엄마에게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엄마 어렸을 적 꿈이 뭐야?

"엄마는 어릴 때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엄마가 제일 재미있어하는 과목이 체육이었거든. 달리기를 좋아해서 운동회 때 달리기 선수로 활약하다가 점점 실력이 늘어서 학교 대표 단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하기도 했지."

-이야~ 엄마가 더 멋져 보이는데? 그럼 어떻게 간호사가 되었어?

"고등학교 때 엄마 진로를 바꾸게 되었어. 지금 생각해도 마음 아픈 일이 있거든…."

-무슨 일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올케언니, 그러니까 기연이 너한테는 큰 외숙모 되는 분이지. 출산하고 얼마 안 돼서 올케언니뿐만 아니라 애까지 아팠어. 그걸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픈 거야. 그때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그래서 엄마는 다른 사람들도 돕고 우리 가족이 아플 때 돌봐줄 수 있는 간호사가 되었던 거야."

-환자로 온 아빠가 엄마한테 좋다며 계속 대시했다고 들었는데, 어땠어?

"병원에 근무하면서 그렇게 유별난 환자는 처음 본 것 같아. 같이 일하던 다른 간호사들도 다 알았으니까. 그냥 '유별난 환자구나'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나보고 계속 커피 한잔 하자는 거야. 엄마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아빠의 끊임없는 물질공세에 결국에는 넘어가고 말았지. (웃음)"

태국 여행을 간 엄마와 아빠.

-아빠가 어떻게 해줬는데?

"귤을 계속 사왔어. 내가 귤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귤을 한 봉지씩 사 들고 왔었지.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빠가 잘생겨서 엄마도 조금 마음이 있긴 했었지."

-아빠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들었어?

"아빠는 무뚝뚝하지만 엄마한테는 아주 잘해줬어. 엄마는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런지 아버지 같은 따뜻함에 더 이끌렸던 것 같아.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쉬는 날에는 제발 쉬라'고 할 정도로 너희 아빠가 부지런하고 성실하잖아? 연애 시절에도 성실했었어. 그런 점에서 미래를 함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결혼을 하고 내가 생겼는데 엄마가 된다는 느낌은 어땠어?

"엄마와 아빠는 임신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터라 기연이 네가 생겼을 때는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었단다. 몸에 무리가 갈까 봐 간호사도 그만둘 만큼 하루하루 기연이 널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렸지. 그리고 마침내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아빠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었어."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와 여행간 통영 배 위에서.

-내 이름이 원래는 '햇살'이었잖아. 햇살이라는 이 이름을 어떻게 해서 짓게 된 거야?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아빠와 함께 고민을 많이 했었어. 할아버지는 네 이름을 '선미' '미선' 중에 하라고 하셨지만 이름은 꼭 우리가 지어주고 싶었어. 그래서 아빠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 그런데 어느 날 TV에서 햇살 나무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햇살 나무가 매우 좋은 일들을 한다기에 우리 딸도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빠와 햇살이로 짓자고 했지."

-좋은 이름이지만, 난 어릴 적에 '아침 햇살'로 놀림 받은 기억이 제일 커.

"맞아 엄마도 이름 때문에 우리 딸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좀 속상했어."

-나 어릴 때 기억나는 일은 없어?

"지금도 아찔한 기억인데…. 예쁜 옷을 사주려고 성안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에 갔었지. 옷을 고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네가 없어진 거야. 안내실에 가서 방송도 하고 정신없이 찾아다녔어. 나중에 1층에서 백화점 직원 품에 안긴 너를 보고서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나. 찾아다닐 때 엄마가 정말 간절해 보였던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저 아줌마 불쌍하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 그때는 정말 너무 놀랐었어. 그래도 찾게 돼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지."

-이 질문은 좀 미안한 마음으로 해야겠네. 나 키우면서 속상한 일도 많았을 텐데, 언제 가장 힘들었어?

"너무 많아서 뭘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 (웃음) 우리 딸이 매우 예쁘게 커 줘서 기연이 너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 모든 부모님은 공감하겠지만 사춘기 때 기연이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좀 힘들었지. '혼내면 엇나가진 않을까' '감싸주면 계속 이러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었지."

-사춘기 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그땐 왜 그랬지 싶어. (웃음) 엄마 미안해~

"괜찮아, 우리 딸~"

-마지막으로 딸한테 바라는 점은?

"몸 건강한 거! 그게 제일 중요해. 그리고 조금만 놀고 열심히 공부해서 정말 네가 원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엄마가 늘 응원하니까 힘내 우리 딸. 사랑해~"

평소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엄마 이야기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는 개인적으로 아빠 인터뷰도 해보고 싶어졌다. 오늘도 부모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엄마, 내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호강시켜드릴게요. 사랑해요!!!"

/박기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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