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백년옛날짬뽕

한때 전국에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가 들불처럼 번져나간 적이 있었다. 이들 업체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국내 분식업계 블랙홀로 자리잡았다.

한데 몇년 사이 이미 과포화된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 틈바구니를 비집고 새로운 프랜차이즈 업종이 뜨고 있다. '짬뽕'이 그것이다. 짬뽕 프랜차이즈 업체는 현재 전국 각 도시 번화가마다 없는 곳이 없다 싶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열정짬뽕', '홍콩반점', '이비가 짬뽕', '짬뽕의 달인' 등 브랜드도 다양하다.

이런 프랜차이즈 업계의 파고 속에서도 신선한 재료를 기본으로 한 자신만의 레시피로 일대 프랜차이즈 업계와 대적하는 짬뽕전문점이 있어 찾았다.

창원시의 심장.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 뒤편에 자리잡은 '백년옛날짬뽕'. 이집을 운영하는 최대성(45)·황금령(50) 씨는 창원에서만 약 20년 넘게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해 온 베테랑들이다. 지난 1991년 삼일상가를 시작으로 경창상가 등 중앙동과 팔룡동 일대에서 중화요리업을 이어왔다. 주변에 음식을 맛있게 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특히 창원공단 내 노동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 자리에서 영업을 한 이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백년손짜장'이라는 이름으로 수타 요리를 해왔다. 그러다 지난 6월 이름을 '백년옛날짬뽕'으로 바꾸고 짬뽕전문점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메뉴 가짓수를 줄여 음식에 전문성을 더하고 보다 신선한 재료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옛날 짬뽕(좌), 그냥 짬뽕(우)/김구연 기자

"백년손짜장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할 때만 해도 수타 전문가와 배달, 홀 서빙 인력까지 두고 운영을 했어요. 자연스레 인건비 대비 재료비 투입이 적을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주방에 요리사가 둘이 있으니 균등한 맛을 내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과감하게 인력과 메뉴를 단순화하고 대신 재료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해 음식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을 꾀했습니다."

용호동은 시 행정의 중심부이자 주변에 상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배달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에 대한 위험부담을 떠안겠다는 의미와 마찬가지다. 반면 '오너 셰프'(식당 주인 겸 주방장) 겸 가족 경영 체제로의 전환은 균등한 맛을 보장하는 동시에 서비스 질과 가격경쟁력 향상을 가져왔다. 덕분에 눈에 띄는 매출하락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백년옛날짬뽕에는 일반적인 붉은색을 띠는 그냥 짬뽕과 하얀 국물이 매력적인 옛날 짬뽕, 그리고 매운 짬뽕이 있다.

이 중 그냥 짬뽕과 옛날 짬뽕을 맛봤다. 그냥 짬뽕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운한 육수가 인상적이다. 짬뽕의 매력인 매운맛의 강한 자극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약간 아쉬울 법한 맛이다. 대신 개운함 속에 은은하게 자리잡은 매운 기운이 미뢰를 스치면서 알게 모르게 땀샘을 자극한다.

개운함은 별다른 육수를 쓰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먼저 신선한 채소와 조개, 홍합 등 해물을 볶는데, 이때 우려져 나온 천연 육수 위로 물을 부어 국물을 만든다.

채소로는 국산 애호박, 양파, 당근, 배추, 잔파 또는 부추, 청양초와 붉은 고추가 들어간다. 여기에 두절콩나물이 더해져 시원한 맛을 더한다.

해물도 푸짐하다. 한치, 오징어, 새우, 바지락, 홍합 등이 큰 짬뽕 그릇에 그득 들었다. 미관을 고려해 껍데기째 든 홍합과 깐 홍합을 반반씩 넣는다. 깐홍합은 약간 으스러진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조리과정에서의 변형이지 홍합 자체의 신선도와 상관은 없다.

중화비빔밥./김구연 기자

옛날 짬뽕은 음주 다음날 속풀이용으로 그만이다. 일반적인 짬뽕은 붉은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과 높은 염도로 말미암아 오히려 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옛날 짬뽕은 그런 염려를 줄인다. 대신 베트남 고추를 볶은 것과 생청양초를 장식처럼 올려 약간 칼칼한 기운을 낸다. 먼저 국물을 들이켜면 들깨를 갈아넣은 듯한 고소한 맛이 돈다. 이는 베트남 고추를 볶을 때 사용한 콩기름의 고소함이 그대로 배어난 것이다. 국물은 대체로 개운하면서도 슴슴하지만 이따금씩 혀를 쏘는 베트남 고추의 매운 기운이 입맛을 돋운다.

백년옛날짬뽕에는 특별한 계절음식이 있다. 겨울철에만 판매하는 '중화비빔밥'이다. 중화비빔밥은 짬뽕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와 해물류를 두반장 소스에 볶은 다음 흰밥에 올려 내놓는 음식이다. 특히 짬뽕과는 다르게 말린 표고, 새송이, 양송이 등 각종 버섯류를 함께 볶아 향미를 돋웠다.

두반장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맵싸한 향이 아삭한 채소와 담백한 해물과 잘 조화돼 무미건조한 쌀밥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별다른 밑반찬 없이도 몇분이면 한 대접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별미로 통한다. 이들 음식을 만드는 식자재 대부분은 근처 상남시장에서 들인다. 해물 역시 상남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신선도와 가격을 고려해 최대성 사장이 직접 마산어시장으로 나설 때도 있다.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짬뽕은 꺼림칙하기 마련이다. 전국 모든 매장에서 균등한 맛을 내려면 '스톡' 같은 화학조미제품을 사용할 경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더욱이 만든이의 정성이 담기지 않은 기계적인 음식일 가능성도 높다. 이럴수록 좋은 재료와 손님을 섬기는 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집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백년옛날짬뽕은 그런 집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메뉴 및 위치>

◇메뉴: △그냥 짬뽕 5000원 △옛날 짬뽕 5000원

△매운 짬뽕 5500원

△짬뽕밥 5000원 △짜장면 3500원

△콩국수(여름) 5000원 △중화비빔밥(겨울) 5500원

△탕수육 소 9000원·대 1만 3000원

△만두 2000원 △짬뽕탕 1만 원

△요리3가지(유산슬·짬뽕탕·탕수육) 3만 원.

◇위치: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73-47 배정빌딩 1층 3호

(고운치과 뒤). 055-262-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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