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이사회 안건 통과 27일 주총서 확정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두 회사가 모두 불편하고 힘들어졌다.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됨과 동시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직에서 퇴진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 이사회는 9일 오후 2시 채권단이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조선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신규 이사 선임은 오는 27일 STX조선해양 진해 본사에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날 이사회에서 일부 사외이사는 채권단이 강 회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으나, 강 회장은 "사사로움이 없을 수 없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대승적으로 채권단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채권단 결정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STX조선해양은 강 회장 퇴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면서도 강 회장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채권단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크다. STX조선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자율협약 상황이 오기까지 현 최고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나 그들이 떠나야 한다면 회사를 바로 세워놓기 위해 정리한 후 떠나야 한다"며 "외부인사가 선임돼 현장에 다시 혼란을 끼친다면 정상화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반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간섭이 약한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STX조선해양에 경영진 교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박 부사장) 본인이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가는 것에 대해 통보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듣기로는 본인이 의사를 굳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개월 전에 출범한 특수선사업본부 수장을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으로 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특수선 사업을 효과적으로 키워보겠다는 목표로 특수선본부를 만들었는데, 박 부사장이 빠져나가 허탈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특수선은 우리나라 해군이 주고객이고, 앞으로 동남아시아가 큰 시장"이라면서 "해외 수출 때문에 특수선 조직을 키웠는데 효과가 반감될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또 "STX조선해양은 상선을 주로 만들기 때문에 당장 특수선을 만들 시스템이나 여력이 안돼 박 부사장이 STX조선해양으로 가도 걱정은 안 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역시 소식지에서 "박 부사장을 경쟁사인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슈퍼갑의 횡포이며 대우조선해양의 독보적인 해양플랜트 기술을 경쟁사에 유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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