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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급제 잔치(宴)와 같은 발음 제비(燕)

[제비야 뭐하니] (15) 왜 제비를 좋아하게 됐을까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webmaster@idomin.com 2013년 09월 10일 화요일

가끔 "사람들은 왜 제비를 좋아하게 됐을까?" 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해본다. 왜 제비는 행운을 주는 새가 되었을까? 대영박물관에 있는 중국 청나라 사발에 그려진 제비와 살구꽃 그림에서 그 오래된 비밀 코드를 찾아본다.

사람들이 제비를 좋아하는 유래를 찾아 들어가면 당나라 과거급제와 축하잔치가 나온다.

옛날 중국 당나라에는 농사가 시작되기 전 음력 3월에 과거를 보았다. 과거에 급제하면 어사화를 꽂아주는데 어사화가 바로 살구꽃이다. 공자님이 제자를 가르치던 행단이 바로 살구나무다. 살구씨 베개를 베고 자는 것도 과거 급제를 꿈꾸며 시작된 것이다. 살구나무가 세월이 지나면서 은행나무로 바뀌었지만 살구꽃에 제비를 함께 그렸다. 공자님의 살구나무까지는 알겠는데 제비는 왜 같이 그렸을까?

◇급제춘연(及第春宴)

과거에 급제하면 어사화 살구꽃을 꽂고 잔치-급제춘연(及第春宴)-를 한다. 잔치 연(宴)자와 제비 연(燕)자가 우리 한자 발음도 같지만 중국 발음도 같다. 당나라 이후 제비는 과거 급제를 축하하는 잔치를 상징하게 되었다. 살구꽃이 필 때 제비 그림은 출사를 꿈꾸는 선비와 가족들에게 가장 큰 소원을 담은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행림춘연(杏林春燕)

제비와 잔치가 한자 발음과 중국 발음이 같은 것에서 과거 급제를 뜻하는 살구꽃이 더해져서 제비는 두루미(학)처럼 입신양명의 대표적인 새로 사람들 마음 속에 둥지를 튼다. 제비를 보면 과거에 급제해서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축하 잔치하는 것이 떠올랐을 것이다.

   
  현재 심사정의 '연비문행'. '날갯짓하던 제비가 살구나무 꽃향기를 맡다'는 의미를 담았다.  

◇도류사연(桃柳賜宴)

이른 봄 버드나무에 물이 올라 연한 초록 빛깔로 버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다. 음력 삼월 삼짇날 제비가 돌아올 쯤이면 버들이 물 오르고, 복숭아꽃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흐드러진 살구꽃 그림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벚꽃 그림으로 바뀌고 화투짝이 되어 3월 사쿠라 그림이 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화투짝 3월 사쿠라는 당나라 살구꽃 어사화 꽂고 과거 급제 축하 잔치가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살구꽃이 벚꽃으로 변신한 것이다. 화투짝 비광에 꿩처럼 생긴 비고도리의 정체도 사실은 버들가지에 제비가 날아가는 그림이다.

   
  살구꽃과 제비가 그려진 그릇.  

◇백로와 제비

2000년을 한중일 3국을 돌고돌아 꽃과 이미지가 바뀌지만 해마다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24절기 백로(白露)가 되면 겨울철새 기러기 선발대가 내려오고 백로 5일 뒤에는 여름철새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올해 백로가 9월 7일이니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은 9월 12일이 되겠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는 강남 갈 제비들이 수백 마리 모여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여름 내내 집집마다 새끼를 키우던 제비들이 우리 동네에는 보이지 않지만 낙동강 하구에 모두 모여 강남 갈 준비를 한다. 올해는 흥부 같은 착한 주인을 만났을까? 내년 봄에 박씨 하나 물어올까? 이 땅을 떠나는 제비에게 늘 궁금하다.

내년 봄에는 제비가 올 때쯤 살구꽃 머리에 꽂고 잔치를 해 볼까? 그 많던 살구나무는 어디로 간 것일까? 과거가 없어지고 고시로 바뀌면서 살구꽃도 사라지고 제비도 보이지 않는다. 온 세상이 사쿠라 축제가 판치면서 살구꽃은 동요 속으로 꼭꼭 숨어들었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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