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세차장 운영하는 이형곤 씨

속된말로 차에 미쳐 살았다. 처음 차를 구입한 후 1주일에 셀프세차장만 5번씩 가곤 했다. 차가 좋아서 '내 차'를 깨끗히 해 다니고 싶어서 세차에 열을 올렸다. 많은 경험으로 남들보다 빠르고 깨끗하게 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혔다. 창원 의창구 봉곡동에 있는 조그마한 세차장 '카맥스' 사장의 21살 시절이다.

이형곤(27·사진) 씨는 올해 세차장을 개업했다.

"이제 갓 한 달이 넘었어요. 세차장은 작지만 차에 쏟는 정성만큼은 큰 세차장보다 낫다고 자부합니다. 차를 제게 맡기는 건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제게 부탁하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젊은 사장 형곤 씨는 중고차 딜러 출신이다. 동시에 목수생활도 해봤다.

"군에서 제대할 당시 제 수중에 3만 원이 있더라고요. 제가 군대도 늦게 갔다 왔는데 돈도 없고 빚은 2000만 원이나 있었어요. 그동안 부모님 속을 시커멓게 태운 탓에 더는 손을 벌리기 어려웠어요. 단순히 돈 때문에 목수가 됐습니다."

군 제대 후 3일의 휴식 뒤 곧장 일을 시작했다. 빚을 갚고 조금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불철주야 일만 했다. 한 달에 4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면서 빚도 갚고 적금도 부었다. 그래도 돈이 남았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시간이 없을 만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았다.

   

열심히, 바쁘게 살아갔지만 마음속에 공허함이 자리 잡았다.

"빚을 다 갚고 나니 문득 '내가 이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좋아하고 내가 추구하는 미래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야 40, 50대가 돼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중고 수입차 딜러로 이직했다. 차를 좋아하던 그가 처음으로 꿈을 향해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금세 현실의 벽과 부딪혔다.

"오동동에 있는 중고수입차 딜러로 약 10개월 근무했어요. 기본급은 100만 원 남짓했죠. 1대를 팔아야 50만~100만 원의 추가수당이 나오는데 경기침체로 사람들은 수입중고차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왔죠. 물론 오랜 경력을 쌓은 분들은 많은 수익을 내셨는데 인기있는 차를 파는 극소수에 불과했죠."

그렇게 중고수입차 딜러로서의 짧은 경험을 뒤로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하고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차를 좋아하고 누구보다 차를 관리하는 데 소홀함이 없었던 그는 군 제대 후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아버지께 간청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지원 속에 마침내 세차장을 열었다.

하지만 개업시기가 하필이면 장마철이었다. 그래도 세차할 사람들은 세차를 하니 가게에서 기다렸다. 그냥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지는 않았다. 그 나름대로 SNS를 통해 세차장 개업소식을 전했고,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세차장을 시작한 뒤로 제가 제일 처음 한 일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한 겁니다. 많은 지인이 차를 지닌 분들이 많아서 다른 곳보다는 제가 개업한 가게를 찾겠다 싶었죠. 거기에 소문도 내줄거란 기대감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지인 소개로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아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 사람들이 세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가게를 찾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 동호회와 카페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차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은 인터넷 동호회와 카페를 통해 좋은 소식들을 나눠요. 그 점을 활용해 저는 카페 운영자와 얘기를 나눴고, 광고효과도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분들은 인터넷을 통해 알고 오시는 분들이 80% 이상은 됩니다."

인터뷰 도중에도 전화는 계속해서 왔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세차를 예약한 차량이 있을 때는 전화를 건 고객에게 허리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방 전했다.

"저희 가게가 규모가 작아서 예약제로 손님을 받아요. 대신, 일반 손세차와 가격차이가 없는 버블세차로 서비스의 질을 높입니다."

버블세차는 폼건(foam gun)세차라는 말로도 쓰이는데 일종의 프리미엄 세차라고 한다. 특히 차의 외관을 중요시하는 손님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고 세차에 대한 노하우를 전해줬다.

"세차는 날을 잡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 내부는 통풍을 자주 해야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곰팡이를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외관세차는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씩 물을 뿌려주면 좋아요. 또한, 세차를 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약간의 흠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최소한으로 하려면 얇은 수건을 이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장마 탓에 세차를 꺼린 당신, 오늘 세차의 달인 형곤 씨를 만나 조언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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