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이정법·김경민 부부

여자 김경민(32) 씨는 중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남자 이정법(31) 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창원에서 한동안 지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둘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각자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그 사랑을 지켜나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은 딸 한 명을 두고 있다.

둘은 중국 산둥대학 유학생활 때 인연을 맺었다.

여자의 첫 느낌은 이랬다.

"학교 기숙사에서 지나가다 신랑을 처음 봤어요. '한국인 유학생 가운데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며칠 후 친구 생일파티에 갔는데 신랑이 와 있는 거예요. 또 그 다음 날 아는 오빠 기숙사 방에 놀러 갔다가 만나게 된 거예요. 잘됐다 싶어 친하게 지냈죠."

   

남자의 첫 느낌은 좀 달랐다.

"뭐랄까요, 아주 촌스러운 느낌이었어요. 옛날 조선 시대 사람 같은…. 그래서 한국 유학생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나중에야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고서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죠."

그렇게 온도 차 있는 첫 만남 이후 둘은 가까워졌다. 당시 둘 다 교제 중인 이성 친구가 있었다. 여자가 한 살 많아 누나·동생 관계로 지냈다. 여자는 함께 유학 온 친구가 여럿 있었다. 밥은 친구들과 함께 지어 먹을 일이 많았다. 그럴 때면 남자가 눈에 밟혀, 불러서 함께 식사도 했다.

그 사이, 둘 다 각자 이성 친구와 이별의 시간도 겪었다. 이제 둘은 더는 친한 누나·동생 사이에 머무르지 않았다. 딱히 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감정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할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았다. 여자가 중국 생활을 정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는 아직 4년은 중국에 더 머물러야 했다. 한국과 중국이라는 물리적인 간극…. 그것을 극복할 자신이 없었다.

여자가 먼저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 시간은 추억으로 남기고 앞으로 연락하지 말자'며 이별 아닌 이별 통보를 했다. 남자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잔뜩 술에 취해서는 전화로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둘은 결국 연인이 되기로 했다. 여자가 한국에 오기 일주일 전이었다.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손 편지, 국제 통화, 인터넷 화상 대화 등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웠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을 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다. 여자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중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남자가 있는 데서 버스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에 직장을 구했다. 여전히 먼 거리이긴 했지만, 같은 나라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난 1년보다는 나았다.

"그리 힘들게 중국에서 함께하게 됐지만, 사실 참 많이도 싸웠어요. 그래도 타국에서 의지할 데는 서로밖에 없으니, 헤어지지는 못했죠."

하지만 남자 유학생활이 마무리될 무렵 둘은 많이 지쳐 있었다. 여자는 정말로 이별할 마음으로 몇 달 일찍 한국에 돌아왔다. 연락 없이 3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도 남자가 그냥 있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가 있는 창원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창원에 직장을 구했다. 남자는 오직 자신만을 보고 중국에서 생활한 여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자신도 희생하는 모습을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둘은 그렇게 결혼을 약속했다.

   

남자가 프러포즈하던 날, 둘은 펑펑 눈물 흘렸다.

"자주 가던 커피숍이었어요. 라디오 사연이 흘러나왔는데, 우리 이야기였어요. 신랑이 사연 신청을 한 거였죠. 라디오에서 이승기 노래 '결혼해줄래'가 나오는 동안 신랑이 꽃다발을 안겨줬죠. 지난 7년이라는 시간이 한꺼번에 밀려왔는지, 둘 다 한참을 폭풍 오열했죠."

지금 둘은 시댁이 있는 전북 정읍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지요. 그래서 연애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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