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같은 작품이라도 들쑥날쑥한 공연관람 제한 연령…왜?

창원에 사는 김나영(31) 씨는 지난해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뮤지컬 <빨래>를 보고 감동을 했다. <빨래>는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사회적 약자의 애환과 꿈을 그린 작품. 공연을 본 뒤 김 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작품을 추천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직장 동료인 박민수(가명·40) 씨는 "창원에서도 공연을 하네. 9살 아들과 함께 보려고 하는데, 몇 세 이상 관람가야?"라고 물었고 김 씨는 "만 13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 씨는 어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관람해야겠다며 창원 3·15아트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런데 김 씨의 대답과 달리 <빨래>는 만 7세 이상 관람가였다.

왜 같은 공연인데 지역에 따라 '관람 등급'이 다른 것일까. 뮤지컬·연극 등 공연의 연령 제한 기준에 대해 알아봤다.

뮤지컬 <빨래>

◇공연과 전시, 관련 규제 없어 = 뮤지컬과 연극은 '만 2세 이상 관람가', '8세 이상 관람가' 등 제한 연령이 가지각색이고 '등급'을 결정하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최근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가 '제한상영가'를 받아 논란이 된 영화 쪽과는 다르다.

영화의 경우 국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라 영화업자가 상영을 하려면 반드시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7가지 항목에 따라 상영 등급을 결정한다.

개봉영화 등급은 △전체관람가: 모든 연령의 관람객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 △12세 관람가: 12세 미만의 관람객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15세 관람가: 15세 미만의 관람객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18세 관람가: 18세 미만의 관람객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제한상영가: 상영 및 광고·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로 나뉜다.

연극 <휴먼코메디>

그렇다면 공연은 어떤 과정을 거쳐 관람 제한 연령을 정하게 될까. 창원 성산아트홀 문예기획부 이차균 씨는 "연출가와 기획사, 문화예술회관 등의 내부 논의에 따라 관람 등급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먼저 연출가와 기획사의 자체 판단에 따라 연령 제한을 둔다. 그리고 공연되는 장소, 즉 문화예술회관 등과 협의에 따라 관람 가능 연령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뮤지컬 <빨래>를 비롯해 연극 <휴먼코메디>, <옥탑방 고양이> 등이 공연 지역과 장소에 따라 제한 연령이 다른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연극 <수업>

드물게는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는 연극과 뮤지컬 공연도 있다. 이를테면 파격적인 노출, 거침없는 욕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이 그렇다. 연극 <클로저>와 <수업>, 뮤지컬 <바디클럽>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 연출가는 이와 관련해 "작품에 나오는 대사나 스킨십, 관객의 작품 이해도에 따라 관람가 연령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

◇클래식은 초등생 이상만 = 전시는 대부분 연령 제한이 따로 없으며 유료 전시의 경우 만 24개월 이하는 무료다. 전시 작품 중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부분적으로 '19금'을 표시하기도 한다.

클래식 공연의 경우는 대부분 초등학생 이상만 입장이 가능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통상적인 관례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공연전시담당 이형근 씨는 "일반적으로 초등학생 이상은 돼야 클래식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간혹 부모 동의 하에 들어온 4~5살 아이보다 9~10살 된 아이가 더 떠들고 박수치고 공연장을 소란스럽게 한다"면서 "관람객의 연령을 제한하는 취지가 흐려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바디클럽>

창원 3·15아트센터 문예기획부 김태준 씨는 각종 공연의 '관람 등급'이 연출가 등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연극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예로 들며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한 성행위 속에 정착해 있는 권력관계에 대해 말하는 장면을 두고 어떤 연출가는 만 13세 이상, 또 다른 연출가는 만 15세 이상이라고 등급을 매긴다"면서 "애매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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