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의 경영정상화를 두고 두 개의 견해가 양립하는 양상을 보여 흥미롭다. 주력업체인 STX조선해양 강덕수 회장을 재신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쪽과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견해차가 그것이다. 앞엣것은 노조를 비롯한 기존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며 뒤엣것은 채권단이 모색하는 활로다. 채권단은 후임자를 정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구조조정의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하지만 지역정서가 채권단의 권력 논리와 같을 수는 없다. 창원상공회의소의 가세는 대표적인 예다. 상의는 표면적으로 대표이사 교체가 자율협약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지만, 행간의 의미는 지역분위기를 대변했다고 보아 틀리지 않다. 기업문화 측면을 강조하며 대표이사 교체가 오히려 사내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을 환기했다.

현 최고 경영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회생을 도모하는 것이 옳으냐, 사람을 바꿔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 이로우냐 하는 것은 속단이 어려운 문제다. 채권단이 쇄신책을 들고 나온 배경은 현 체제로는 난국을 풀어나가는데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국제적인 조선업 불경기가 부른 참화일 뿐이지 경영부실이 원인이 아니라는 항변을 반박할만한 충분한 증빙자료를 내놓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또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 인과관계를 증거할 만한 합리적 설득력을 전제할 수 있을까. 구조조정에만 역점을 둔 나머지 기존의 업적이나 사회적 기여도는 과소평가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여러 가지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채 채권단의 전문 경영인 영입 의욕만 전파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공룡기업이 쓰러지면 거점지역의 경제단층과 인적 역학구조에 쓰나미가 덮친다. 기업의 흥망이 지역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계된다는 창원상의의 강덕수 회장 재신임 건의안이 공명을 얻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채권단이 의도하는바 인적 쇄신책이 한편의 이해를 구하는 사유로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면 다른 한편의 '강덕수 일병 구하기' 역시 그 파장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충정의 발로일 것이다. 과연 어떤 선택이 탁월할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번의 기회는 더 주어지는 것이 지역 전체의 이익이나 기업 창업정신에 비추어 인지상정임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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