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83) 김해 부경동물원

세월은 참 새빨간 거짓말 같다.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못 버틸 것 같던 혹독한 여름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다.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기분은 사람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터.

올여름 내내 더위를 식힐 곳을 찾아 헤맸다면 바야흐로 제대로 놀러다니기 좋은 계절이 코앞이다.

경남에는 이렇다 할 동물원이 없어 아쉬워하던 참이다. 벼르고 벼르지만 유명한 사파리를 찾아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올해 초 장유에 문을 연 부경동물원(김해시 장유1동 65번지). 제법 선선해진 날씨 덕에 정한 목적지다. 호랑이도 보고 싶고 늑대도 보고 싶은 아이를 위해 떠난 길이다.

말타기 체험을 하는 아이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다.

동물원이라는 것이 결국 동물이 아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동물원을 찾을 때마다 매번 동물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책에서나 볼 법한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데 동물원은 꼭 빼놓지 않는 '핫 플레이스'이지 않은가.

찾아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비게이션만 따라가더라도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해 가다가 서김해 IC에서 내외동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금관대로를 따라 560m 정도 이동하고 나서 다시 좌회전. 골든루트로 66번 길과 129번 길, 다시 금관대로 775번 길을 따라 이동해 유하로 226번 길을 찾았다면 목적지에 다다른 셈. 주변에 비슷비슷한 공장과 공터가 많아 헷갈리기 쉽지만 김해일반산업단지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부경동물원 입구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면 동물 세상이 펼쳐진다.

오후에 비 소식을 듣고 떠난 길이지만 제법 사람이 많다.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묶여 있지도 갇혀 있지도 않은데 용케도 자리를 지키는 사랑새와 앵무새 등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익숙한 듯 가끔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놀라게 하기도 하고 손으로 전해주는 먹이도 냉큼냉큼 받아먹는다.

부경동물원이 여타 동물원과 차이가 있다면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고 가까이서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

어른들 눈에야 새삼스러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동물 체험공간인 듯하다.

늑대와 왈라비, 샴 크로커다일, 페넥 폭스, 흰손 긴팔 원숭이, 낙타, 타조, 긴팔원숭이, 자이언트 토끼, 설카타 육지 거북, 벵골 호랑이, 조랑말, 스컹크 등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 공간에 많은 동물이 사람들과 교감을 기다리고 있다.

당근과 견과류를 사면 토끼와 염소, 양 등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다. 시간별로 사랑새나 원숭이, 파충류 등을 직원이 데리고 나와 만져보게 하고 직접 어린이 손에 올려 주기도 한다.

   

애써 앵무새를 팔 위에 올려보는 아이는 피부에 닿는 느낌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엄마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기 바쁘다.

혀를 날름거리는 파충류 앞에선 손 하나 뻗는 데도 우물쭈물. 대단한 용기를 내어보기도 했다가, 토끼 앞에서 말도 걸어가며 당근을 쏙쏙 입 안으로 넣어준다.

말 타기 체험도 상시 운영된다. 말 위에 몸을 올려 사진도 찍고 정해진 동선 안에서 몇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아이들에겐 먹이를 주는 것, 앵무새를 가까이서 보는 것, 뱀을 직접 만져보고 목 위에 올려 보는 것 등 모든 것이 도전이다.

나름 용기 내 해본 동물원에서 소박한 경험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른 1만 원, 어린이 8000원. 055-338-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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