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캠핑용품 대여·판매점 운영하는 김정득·안혜선 부부

"이건 아마 필요 없을 겁니다. 혼자 캠핑 가면 사용하는 물건이라…. 대신 이것이 싸고 유용합니다."

내 돈 내고 사겠다는 것을 굳이 말리는 업주.

"담배 태우시죠? 라이터를 늘 가지고 다니시면 수동형으로 사세요. 가격도 반값밖에 안 하고 실용적이죠."

큰 맘 먹고 고르던 물건을 내려놓으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여름 캠핑 휴가를 떠나며 동네사람 같은 김정득(33·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씨를 소개하리라 마음먹었다.

김정득 씨는 캠핑용품 대여·판매점을 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텐트 하나 달랑 메고 시작한 캠핑은 취미가 되고 부업이 되다 이제는 주업이 됐다. 그것도 2년 전 평생 같이 갈 것을 약속한 아내 안혜선(31) 씨와 함께 운영하기에 늘 캠핑 떠나는 마음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아내는 곧 망할 거라고 했어요. 돈 300만 원으로 텐트 10개를 구입해서 대여를 시작했죠. 당시 아내는 화장품 가게, 저는 작은 음식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부업이었죠."

창원 봉곡동에서 캠핑용품 대여·판매점을 운영하는 김정득·안혜선 부부.

김 씨는 지역에서 텐트를 파는 곳은 있어도 빌려주는 곳은 없다는 자신만의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창원시 봉곡동 주택가에 반지하 창고를 빌려 텐트대여점을 시작했다. 아내 예상은 빗나갔다. 가게 홍보를 위해 개설한 온라인 카페의 늘어나는 회원 수에 김씨 부부는 올인(?) 전략으로 부업을 전업으로 교체했다.

"온라인 캠핑동호회 회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났죠. 캠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 덕도 좀 보고요. 무엇보다 집사람 공이 크죠. 세심하고 꾸준한 카페 관리가 회원 수 증가의 원인으로 봅니다."

정득 씨는 사업 확장의 공을 아내 몫으로 돌렸다. 아내 혜선 씨는 본격적인 전업을 시작하며 온라인 카페 100여 곳에 가입해 캠핑 관련 공부를 했다. 그는 캠핑용품 사용·설치 방법, 그리고 캠핑장소까지 습득하여 다시 온라인 카페를 통해 배움을 나눴다.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듯' 목돈 들여 구매해야 하는 캠핑용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대여할 수 있다는 것은 발 없는 소문이 되어 퍼져 나갔다. 대여하는 텐트가 늘어날수록 고민도 생겨났다. 1년에 캠핑용품 대여 성수기는 여름 한 달 정도, 여름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휴가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부부는 11개월 비수기를 극복하려고 대여와 함께 용품판매를 선택했다.

다양한 캠핑용품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매장 전경.

"처음에는 회원 간에 필요한 물품을 공동구매로 했죠. 그런데 카페 회원들 돈을 모아 공동구매 하는 일도 가슴 졸여요. 물건이 제때 올까, 제품엔 이상 없을까. 그래서 직접 판매를 시작했어요. 주택가 반지하라 가게세가 적게 나가니 싸게 팔 수 있고, 온라인으로 구축된 회원들이 직접 찾아와 설치해보고 구매하니까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큰 힘이에요."

아내의 꼼꼼함은 빛을 발휘했다. 캠핑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꼭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다. 자신들 상표는 없지만 주문자 맞춤 생산 방식으로 기능성을 갖춘 합리적인 가격의 캠핑용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거기다 하나 더 소통을 추가했다. 업주와 소비자 관계가 아닌 동호회 회원과 회원으로 만남을 유지하는 것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동호회 카페에는 유독 냉커피 이야기가 많다. 카페 게시판에는 '오늘 온 상품 구경 갈게요. 냉커피 한잔 주세요', '그쪽으로 지나가는 길인데 냉커피 한잔 먹으러 갑니다' 등등 이 가게가 캠핑용품점인지 커피점인지 구분이 안 되는 댓글이 많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물건을 팔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회원 간에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회원 간 캠핑용품 아나바다를 하면서 더 친숙하고 끈끈한 캠퍼(캠핑하는 사람)들이 되는 거죠. 오늘은 회원분이 번개를 소집해서 저녁에 함께 만나죠. 정모 캠핑도 가고 다 사랑방 효과죠."

요즘 부부는 캠핑을 즐기는 캠퍼 입장으로 작은 캠핑 에티켓 운동도 시작했다. 캠핑하며 발생하는 눈살 찌푸리는 일을 줄이고 캠핑을 가족 단위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동호회 스티커를 공유하기로 했어요. 스티커는 캠핑 예절을 인증받아야 나눠드리죠. 함께 하는 캠퍼들을 위해서는 깃발을 드리죠. 캠핑문화를 공유하는 상징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최근에는 캠프장 화장실에 캠핑 에티켓 스티커 붙이기 운동도 함께 하고 있죠. 회원들 반응이 좋아서 보람이 있습니다."

사계절 캠핑으로 변화하는 캠핑문화에 발맞추려고 가을 캠핑용품을 준비한다는 정득 씨에게 정작 본인 캠핑은 언제 가느냐고 물었다.

"장비도 테스트하고 새로운 캠핑 장소도 알아보려고 여름 성수기 빼고는 수시로 갑니다. 그런데 제가 가는 캠핑이 뭐 거창한 것은 아니에요. 텐트 하나 코펠 하나면 온 세상이 제 집이죠."

취재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질 때 가게로 손님이 들어왔다.

"냉커피 한 잔 마시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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