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키는 채권단 손에…채권단이 꼽은 박동혁 후보 27일 선임여부 결정

'샐러리맨 신화'의 명성은 퇴색되고 말았다.

STX조선해양과 자율협약 상태인 채권단(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이 강덕수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게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퇴진 요구의 근거는 '경영 부실'이다.

강 회장은 이달 중 자율협약이 이뤄질 예정인 STX중공업과 STX엔진 대표이사 회장 겸 이사회 의장 자리도 내놓아야 할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과 함께 이미 퇴진 요구를 받은 STX조선해양 신상호 대표이사에 이어 STX중공업 이찬우 대표이사와 STX엔진 최임엽 대표이사도 퇴진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의 강덕수 회장 퇴진 요구에 STX조선해양 진해 본사 분위기는 싱숭생숭하다. 더는 채권단을 설득해 강 회장 퇴진 요구를 막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3일 내놓은 그룹의 입장을 담은 자료가 강 회장 퇴진 요구를 거둬달라는 강한 어필인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STX조선해양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5일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어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후보자로 선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이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 후보자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오는 9일 STX조선해양 채권단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건을 임시주총 안건으로 올리자고 결의하게 된다. 이어 채권단은 임시 주총 2주일 전인 오는 12일까지 이사·감사 해임 및 선임 안건을 담은 임시 주총 소집 통보서를 STX조선해양 주주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27일 임시 주총에서 박 후보자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출되는 순간 박 후보자는 상법·정관에 따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권한을 갖게 된다.

박 후보자가 STX조선해양 선장이 되면 STX조선해양 앞날은 순탄할 수 있을까.

채권단과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유효기간은 서류상 2017년까지로 명기돼 있다. 하지만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이 유효기간 명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이사로 누가 선출되든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은행)이 대주주가 된 회사"라며 "채권단이 손을 터는 순간까지가 자율협약 유효기간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STX조선해양 미래는 자율협약 체결 전에 가결한 노사동의서 내용과 자율협약 개시 때 발표한 경영 정상화 방안대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채권단 의중에 달렸다.

한편 강덕수 회장은 STX조선해양에서 고문 등의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낙관하는 이들도 있지만, 군소 주주로 전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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