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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림 속 고양이 "무병장수 하십시오"

[문화 속 생태] (69) 고양이는 칠순 축하 그림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webmaster@idomin.com 2013년 09월 03일 화요일

한국화에 나오는 고양이가 참 정겹다. 어찌 보면 자연 생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 그린 풍경화 같은데 자세히 보면 생태적이지 않다. 하나하나 풀어보고 맞춰보면 자연 생태계와 맞지 않는 그림이다. 김홍도의 그림도 변상벽의 그림도 생태적이지 않다. 왜 이렇게 훌륭하고 뛰어난 화가들이 자연 생태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렸을까?

◇변상벽의 묘작도(猫雀圖)

변상벽이 그린 고양이 그림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고양이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데 참새 여섯 마리가 너무 즐겁게 놀고 있다. 고양이가 나무로 올라가면 참새가 놀라서 도망가는 그림을 그려야 할텐데 고양이랑 관계없이 참새는 너무나 평화롭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70세 고희(古稀) 축하 그림 묘작도

정답은 풍경화가 아니라 기원과 뜻을 담아 그린 그림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참새 그림은 70세 고희를 축하하는 그림이다. 한자로 고양이 묘(猫)자는 노인 모()와 중국 발음이 똑 같이 마오[mao]라고 읽는다. 참새는 한자로 참새 작(雀)인데 까치 작(鵲)과 발음이 같아서 까치와 참새는 그리고 읽을 때는 기쁨이라고 읽는다. '칠순 고희를 축하합니다'라는 그림이다.

   
  변상벽 <묘작도>  

◇단원 김홍도의 고양이와 나비 그림

김홍도의 고양이와 나비 그림은 참 예쁘고 맘에 드는 깜찍한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꽃은 패랭이꽃이고 바위 옆에 피었다. 땅바닥에 제비꽃이 딱 한 송이 피었다.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희롱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봄에 피는 제비꽃과 여름에 피는 패랭이꽃이 함께 그려져 있다. 왜 김홍도는 봄꽃과 여름꽃을 한 그림에 같이 그렸을까?

풀어보면 그림이 아니라 뜻을 담은 기원의 그림이다. 바위는 오래 오래 사는 장수(壽)를 상징한다. 패랭이꽃은 한자로 석죽화(石竹花)이다. 죽(竹)은 축하할 축(祝)과 중국 발음이 같아서 축하한다는 뜻이다. 바위 옆에 핀 패랭이꽃은 오래오래 장수하시라는 축수(祝壽)의 뜻이 된다. 제비꽃은 한자로 여의초(如意草)라고 한다. 제비꽃을 그리고 '뜻한대로 이루시라'고 읽는 그림이 된다. 고양이 묘(猫)가 70세 모()가 되고 나비 접(蝶)은 80세 질()이 된다. 중국 발음이 같아서 그렇게 된다. 이 그림은 '뜻 하시는 일은 모두 이루시구요. 일흔 여든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바랍니다'라는 기원을 담은 축원 그림이다.

   
  김홍도 <황묘농접도>  

◇국화와 만난 고양이

변상벽이 그린 국정추묘도(菊庭秋猫圖)는 국화 핀 정원에 가을 고양이를 그렸다. 겸재 정선이 그린 국일한묘(菊日閑猫)는 가을 국화와 고양이 앞에 방아깨비 한 마리를 그렸다. 가을 국화가 필 때쯤이면 방아깨비는 없다. 왜 방아깨비를 같이 그렸을까?

그냥 가을 국화 옆에 한가한 고양이를 그린 것은 아닐 것이다. 국화를 장수의 상징으로 보면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그림으로 쉽게 해석할 수도 있다. 조금 더 풀어 보면 역시 칠순 노인 이야기가 된다.

국화는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국화를 사랑하는 은일자(隱逸者·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사는 학자)의 이미지가 된다.

또 국화 국(菊)과 거할 거(居)는 중국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국화와 고양이 그림은 은거형모(隱居亨)가 된다. 은거해 살면서 고희를 맞는다는 뜻이다. 학문과 사색에 힘쓰며 유유자적하게 지내며 인품과 덕을 지닌 강태공 같은 삶을 담은 그림이다. 아직 출사하지 못한 재야의 선비들에게 강태공처럼 준비하고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뜻 그림이다. 겨울이 오기 전 국화가 피듯이 언젠가는 강태공처럼 큰 인물이 되시라는 위안(?)의 그림이다.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과 희망을 칠순 노인이 되어도 버리지 말고 유유자적하게 학문과 사색에 힘쓰라는 그림으로 보인다.

옛날 칠순은 지금의 백수쯤 오래 사시는 것이었을 것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는 그림을 고양이로 그린 것은 참 재미있다.

국화와 고양이를 함께 그려 칠순이 되어도 강태공처럼 준비된 사람은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 봐도 참 멋드러진 생각이다. 길가에 고양이와 참새 한 마리, 나비 한 마리도 의미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되어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사는 모습을 고양이 그림에서 읽어본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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