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14) 제비는 어떻게 목욕을 할까요

무덥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덥습니다. 밖에서 일하다 보면 땀이 절로 납니다. 온 몸이 끈적끈적합니다. 괜히 마음이 찜찜해집니다. 집에 얼른 들어가 샤워를 하고 싶어집니다. 샤워를 하고 난 뒤엔 몸만 아니라 기분과 마음도 상쾌해집니다.

◇제비 목욕! 이보다 짧을 순 없다

무더운 여름날 제비는 어떻게 목욕을 할까요? 만약 여러분이 강이나 하천 같은 습지에 가까이 가 보았다면 제비들이 유난히 물 위를 많이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요즘에는 번식을 거의 마치고 바닷가 갈대밭 근처 습지에 제비들이 많이 모여듭니다. 제비가 낮게 물위를 날다가 순간 물을 튀기며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샤워를 했습니다. 군대 신병 샤워가 짧다곤 하나 제비에 견줄 바 못됩니다. 또 어떤 제비는 물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거의 물 위를 바짝 붙여 나는 모습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먹이를 잡는 경우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물을 한 줄기 살짝 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물을 마신 것입니다.

제비의 0.5초 짧은 목욕.

사전에서 물 찬 제비를 찾아보았습니다. '물을 차고 날아오른 제비처럼 몸매가 아주 매끈하여 보기 좋은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동작이 민첩하고 깔끔하여 보기 좋은 행동을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런 모습에서 사람들이 제비를 더 사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비는 짧은 순간에 해치우는데 다른 새는 어떨까요?

무더운 여름철 작은 물웅덩이만 있어도 새들이 와서 물마시고 목욕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새들이 자주 찾는 목욕터와 물 마시는 곳을 알아서 그곳에서 쉽게 여러 새들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모래 목욕을 즐기는 새들도 있습니다. 한참을 물에서 떠나지 않고 목욕을 즐기는 새도 있습니다. 새들은 목욕을 통해 기생충도 털어내고, 더위도 식히며, 흙먼지도 털어내어 최상의 깃털과 건강을 유지합니다.

계곡에서 목욕 중인 딱새.
한여름 모래 목욕을 하고 있는 참새. /오광석

보통 새들은 부리에 물을 담아 머리를 들어 마십니다. 비둘기는 젖먹이동물처럼 부리를 물에 담그고 꿀꺽꿀꺽 마신다고 합니다. 새들마다 물 마시는 것도 가지가지입니다. 새들은 땀을 흘리지 않기 때문에 젖먹이동물에 견주어 물을 덜 소모하지만 호흡과 똥오줌을 통해 배출이 됩니다. 먹이를 통해 물을 얻을 수 있지만 비행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물 보충은 필수 사항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비는 자신이 가진 높은 비행술로 짧은 시간 효율성 있게 물 보충과 샤워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다른 새들처럼 좀 여유를 즐기라고도 하고 싶습니다.

부리를 벌리고 날면서 물을 마시려는 제비.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로 물을 마시고, 샤워를 즐기시나요?

/오광석(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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