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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꿈을 전하고 싶어요"

[동네사람]이혜은 경북 대경대학교 실용댄스과 학생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2013년 09월 02일 월요일

동네 사람을 동네 밖인 경북 경산에서 지난달 31일 만났다. 지금껏 동네 사람에 실린 가장 먼 곳에 사는 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취재한 이유는 그의 삶 때문이었다.

방학을 맞아 최근까지 이혜은(여·20) 씨가 머문 곳은 보육시설 중 한 곳인 '진해 희망의 집'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자랐다. 그리고 올해 3월 경북 경산에 있는 한 대학으로 떠났다.

그녀는 대학에 가서 처음 맞는 방학 때 이곳에 머무르며 한 복지재단에서 마련한 시설 청소년 캠프에 참가했다. 이제는 참가 청소년이 아닌 선생으로였다.

그는 대경대학교 실용댄스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에게 춤은 자신의 미래이자 언젠가 다시 지역에 와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에게 나눠줄 가장 큰 자산이다. 그 자산을 키우고자 오늘도 오후 11시가 넘어서까지 춤 연습을 하고 있다.

그가 들려준 과거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애잔했고, 그가 춤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리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한국 나이 9살 때 '진해 희망의 집'에 들어왔다. 부모님은 3살 때 이혼했다. 아버지는 그 뒤 행적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진해에 살던 조부모님이 맡아 키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정을 듬뿍 받는 아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부모님은 그 나이 또래가 생각할 법한 정까지는 이 씨에게 주지는 않았다. 8살 때 처음으로 집을 나갔다. 1년 가까이 가출과 귀가를 반복하다가 9살 때 현재 그가 사는 곳으로 들어왔다.

마음 붙일 곳 없던 그녀에게 초교 4학년 때 방과후 수업으로 '재즈댄스'가 찾아왔다. 당시 강사는 익히는 속도가 무척 빠르고 소질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 칭찬은 그가 춤을 시작한 원동력이었다.

그 무렵 시설에 누군가 찾아왔다. 연락을 완전히 끊고 살던 그의 어머니였다. 6학년까지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 만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외할아버지·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1일 대학 연습실에서 스트리트 댄스 중 하나인 '왁킹'을 선보이는 이혜은 씨. /이시우 기자  

어린 나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엄마에게 "결혼하고 싶으면 하고, 새 출발하시라"고 했단다. 그 말이 은근히 섭섭했던지 엄마는 따져 묻곤 했고, 몇 차례 말싸움했다. 그리고는 엄마는 더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도 엄마의 행복을 빌며 찾지 않았다.

시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원장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무렵 학업 등을 내세우며 그가 유일하게 기대던 춤을 못 추게 했다. 정확하게는 방과 후 수업 때 만난 강사에게 춤을 배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춤조차 못 추자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4개월 넘게 병원에 다녔고, 병원 원장은 한 날 "가장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그는 "다시 춤추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시설 관계자는 진해 재즈댄스 학원에 그를 등록시켜줬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교 5년 때부터 그는 담담하게 할머니·할아버지와 다시 만나게 됐다. 하지만, 할머니는 중 3때, 할아버지는 고 1때 각각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다시 방황했다. 그에게 할아버지는 핏줄로 이어지는 마지막 흔적이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교통사고 뒤 찾아온 치매와 혼수 상태에 빠졌다. 면회가 쉽지 않은 중환자실에 있던 할아버지를 보고서 학교와 창원으로 옮긴 댄스 학원에 종종 빠졌다. 담당 생활지도선생과 그는 서로 얘기를 하지 않으면서 오해가 쌓였고 그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며 고립감을 느꼈다. 그는 고교 2학년 새학기 때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

그 뒤 그는 예전 담당 생활지도선생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다음해 다시 고교 2학년으로 복학했고, 학교 댄스 동아리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고 3때 춤 관련 학과를 가고 싶어 그해 8월 창원의 한 입시 전문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춤에만 매달린 덕분에 스트리트 댄스 전문 학과가 있는 대학에 합격했다. 그녀는 지금 학과 대표도 맡고 있다.

그녀는 벌이가 좋은 댄서, 유명한 댄서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꿈이 있다고 했다.

"'나처럼 너희도 하고 싶은 게 참 많구나' 라는 걸 알았어요. 나처럼 시설에 살면서 댄서로 소질은 있지만 접하기 어렵고 체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해 꿈을 접어야 할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 친구들도 꿈꾸게 하고 싶어요.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질지 몰라도 이 꿈만은 포기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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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기자

    • 이시우 기자
  • 직전 자치행정1부(정치부) 도의회.정당 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최근 경제부 (옛 창원지역) 대기업/창원상의/중소기업청 경남지역본부/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등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