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날 휴관일로 들어가 보지 못한 두모악 갤러리로 향합니다. 에코랜드에서의 피서도 실패하고 어차피 흘린 땀 왕창 쫌 흘려보자 작은 차 모닝 창을 열고 더운 바람 고대로 안고 달립니다.

부채질하는 팔도 바쁩니다. 지나치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마산에서는 볼 수 없는 산이 보이는 광경은 두려움까지 불러옵니다. 낯설어서 그렇습니다. 까만 해안가 돌도 두려웠는데 하늘과 땅이 맞닿은 것도 낯섭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동안 작은 차 모닝은 두모악 갤러리에 도착했네요.

"아따 두모악 한번 오기 엄청 힘들다 그쟈."

제주 자주 왔었어도 참 오기 어려웠던 곳이긴 합니다.

김영갑 갤러리에 대해서 많은 사람의 글과 사진으로 이미 반쯤은 익혀 둔 곳이지만 직접 와 보니 또 다른 감회가 들기는 합니다.

제주의 바람과 구름이 머무는 곳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 드디어 왔습니다. 삼달초등학교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곳입니다.

제주도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김영갑은 누구일까요?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2년부터 제주도를 사진에 담기 시작하더니 1985년에는 아예 제주에 정착한 사람입니다. 그는 열정적으로 제주의 풍경을 찍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희귀병 루게릭병이 걸린 것이었죠.

"나는 구름을 지켜보면서 한 걸음 내딛기 위해 이를 악물고 서 있다. 구름이 내게 길을 가르쳐줄 것을 나는 믿기에 뒤틀리는 몸을 추슬러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그는 삼달리 폐교에 들어와 사진 갤러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2002년에 한라산의 옛 이름인 '두모악'을 따 김영갑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투병생활 6년여 만인 2005년 5월 29일, 49세의 젊은 나이로 자신이 만든 갤러리에서 한줌 흙이 됩니다.

사진에 작은 관심이 있던 언니다 님은 김영갑님의 사진 앞에서 조신해집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칩니다. 우리가 보고 온 풍경을 이곳에서 다시 보니 아무도 말이 없습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다시 한번 제주를 맘에 품게 됩니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밖은 강렬한 여름이 초록으로 멈춰있습니다. 그의 생전 작업실을 슬그머니 지나칩니다. 맞은 편 작은 창으로 여름은 여전합니다.

/하늘위땅(제3의 활동·http://blog.daum.net/ahssk/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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