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연기암 임진왜란 때 불타 1989년 복구…날씨 좋은 날엔 섬진강·구례까지 보여

해발 1915m의 지리산.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 너른 품에 감동하고 그 웅장함과 넉넉함에 마음 빼앗기게 되지요. 그 너른 지리산에 자리 잡은 산사. 화엄사 연기암입니다.

연기암은 화엄사의 원찰이기도 하며 화엄사 문수기도 도량이기도 한 곳입니다.

연기암에 서면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화엄사에서 연기암으로 이르는 길은 2km 남짓. 차로 올라도 좋고 걸어 올라도 좋은 길입니다. 예전에는 걸어 올랐던 곳인데 이날은 날씨가 더워서 차로 오릅니다.

맑은 계곡물이 흘러주는 곳이기도 하고요, 연기암에 이르는 계곡길과 등산로가 아름다운 곳입니다.

연기암 입구의 카페 흰구름 가는 길, 시간 여유가 넉넉한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도 참 좋을 듯합니다.

해발 560m 고지의 화엄사 산내 암자 연기암. 대숲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연기암으로 향합니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화엄사 연기암 모습.

바람과 햇살이 살며시 내려와 머무는 곳. 1500년 전 인도 고승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하기 전에 토굴을 짓고 가람을 세운 곳이라고 하는데 임진왜란 때 잿더미로 변했다고 합니다. 오래전의 모습이 남아있다면 더 멋진 곳일 터인데, 임진왜란 이후 1989년에 다시 절집을 세운 곳이라고 합니다. 절집 풍경은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절집에서 바라본 이 풍경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섬진강과 구례의 모습도 보인다는데 이날 시야가 그리 좋질 않아서.

13m 높이의 문수보살상이 여행자를 맞이해주는 연기암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무거운 짐을 싣고가는 마차에 짐을 더 얹어 쓰러지게 만들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다 놓아버릴 뿐이다. 마음에 문을 열면 천하가 다 내 것이요 마음에 문을 닫으면 천하가 다 나와는 멀어지는 것, 모든 것을 다 놓아 버려라. 그게 다 이 세상에 올 때 빈 마음으로 왔으면 갈 때도 빈 마음으로 떠나면 본전인 것을 무엇을 그렇게 채우려 만 하는가. 돈 명예 부귀는 있다가 없어지면 허망하고 고통만 안겨줄 뿐 괴로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부처님 법은 왜 모르고 사는가. 마음이 고요해 번뇌가 일어나지 않으면 극락과 지옥이 따로 없거늘 무엇을 그렇게 집착하고 헐떡이며 방황하고 있는가. 지금 자신을 보라. 헐떡거리는 그 마음만 쉬고 놓아버리면 행복은 바로 그곳에 있거늘….

'연기암을 찾는 이에게'란 글을 읽어보며 천천히 돌아봅니다.

절집 한 쪽에 피어있는 꽃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지리산 능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절집 지붕과 눈 맞춤을 하기도 하고요.

그리 오래된 절집은 아니지만 벌써 세월이 느껴지는군요. 이 세월들이 더 쌓여가다보면 어느새 나이먹어 가는 절집이 될테지요.

절집의 나란한 장독대. 절집에서 만나는 장독대는 어찌 그리 정겨운지요? 다정한 노부부의 뒷모습도 참 정겨워 보입니다.

대웅전을 지나 오르면 문수전. 이 절집의 핵심인 곳일 테지요.

문수전 지나 더 뒤로 바라보면 관음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관음전으로 향해 갑니다. 마음이 가는 작은 돌탑을 만납니다.

관음전 앞마당에서 바라본 절집은 마음이 넉넉해지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내려오는 길. 석등 주변에 환하게 핀 노란꽃들이 여행자들을 배웅해줍니다. 다음에는 절집 앞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고 오고 싶은 곳이네요.

/하늬바람(tour of wind·http://blog.daum.net/sunny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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