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동네슈퍼 운영하는 조순연 씨

편의점이 골목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 동네슈퍼, 흔히 말하는 '구멍가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목 좋은 곳이다 싶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편의점 간판으로 바뀌고는 한다. 말 그대로 편리하고 깨끗한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동네슈퍼가 가까이 있어도 굳이 먼 걸음 해서라도 편의점을 찾는다.

조순연(63·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도 한때 편의점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래저래 시끄러운 걸 보니 안 하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냥 오늘도 동네슈퍼를 지키고 있다.

조 씨는 있는 가게도 없어지는 현실에서 2년 전 원래 있던 이 가게를 물려받았다.

"큰 기대보다는 부식값이나 벌어볼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앞에 장사하던 사람한테 물어보니 담배 팔아서 남는 걸로 월세는 감당할 수 있겠더라고요. 실제 해보니 담배는 생각보다 잘 팔렸는데, 다른 것이 별로예요. 찬바람 불면 가게 앞에 어묵도 내놓는데, 사실 이게 기대가 컸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돼요. 이래저래 따져보면 그리 재미 좋은 편이 아니네요."

대구가 고향인 조 씨는 부산에서 결혼한 후 남편 직장 때문에 30년 전 창원에 왔다. 이때부터 이런저런 장사를 해왔다. 맨 처음 시작한 것이 동네슈퍼였다.

조 씨는 방 딸린 가게를 하루 종일 지킨다. 그래도 이런 작은 가게에서 반찬값이라도 벌 수 있어 고맙기만 하다. /남석형 기자

"경험 없고 큰돈 없는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 구멍가게잖아요. 창원 반지동 쪽에서 했었는데, 한 3년 정도 장사가 잘됐죠. 물건 가져다 놓으면 금방 없어지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인근에 상가가 커지면서 이후부터는 별로였어요. 재고가 쌓이고 하니, 물건 들이는 것도 무섭더라고요."

이후 조 씨는 설렁탕·한식 전문점 등 식당을 운영했다. 직원 6명을 둔 설렁탕 가게를 할 때도 벌이가 꽤 괜찮았다. 하지만 젊은 종업원들이 말도 없이 한창 바쁠 때인 점심시간에 사라져 버리는 등 하도 애를 먹여 손을 놓아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이어지다 2년 전 다시 동네슈퍼를 하게 됐다.

지금 가게 바로 옆에는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득이 될까, 해가 될까?

"마트 갔다가 깜빡하고 못 산 것 있으면 우리 가게로 오는 사람이 제법 돼요.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우리 가게에도 도움이 돼요. 마트 쉬는 날이면 확실히 손님이 줄어들거든요."

조 씨는 새벽 5시 30분이면 문을 연다. 바로 옆 건물에 인력사무소가 있어 장사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조 씨는 밤 11시 30분까지 혼자 가게를 지킨다.

"눈이 나빠져서 책은 못 보고, TV뉴스 보면서 그렇게 시간 보내는 거지 뭐, 별다른 게 있겠어요. 그래도 뉴스를 자주 봐서 세상 돌아가는 건 많이 알게 되네요. 어제부터는 '이석기 의원' 뉴스로 시끄럽던데…. "

조 씨는 남편·아들이 거주하는 가정집이 따로 있다. 하지만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잘 때가 많다. 잠을 조금이라도 더 청하기 위해서다.

"밤 11시 30분에 마쳐서 다음날 새벽에 문 열려면 많이 자야 4시간 30분 정도예요. 그런데 집에 왔다갔다하면 더 줄어드니, 아예 여기서 지내는 거죠. 잠이 부족하니 낮에 늘 졸고 그래요."

조 씨는 명절, 그리고 병원 갈 때, 혹은 손주 만날 일 등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을 닫지 않는다. 사실 이런 생활이 갑갑하기는 하다.

"어디서 엑스포 한다 하면, 놀러 가고 싶죠. 마음 같아서는 다음날 문 닫고 놀러나 가야지 하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또 장사를 하고 있죠. 하긴 뭐,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어디 갈 데도 없어요. 15년 된 구형 차가 있지만, 혼자서 바람 쐬러 가는 것도 쑥스럽고…. 그냥 매일 이렇게 가게나 지키고 있는 거예요."

조 씨는 그래도 이렇게 말한다.

"잠도 못 자고, 내 생활도 없고…. 그렇다고 장사가 잘되는 것도 아니죠. 그래도 이렇게 푼돈이라도 벌면 급할 때 쓸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죠."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이 막걸리를 사면서 가격 얘기를 꺼내자 조 씨는 "구멍가게는 값이 좀 비싸다고 생각해야지"라며 한 마디 쏘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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