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창원시 관수용 물주머니 설치, 실효성 있을까?

행정기관이 폭염에다 가뭄으로 말라가는 나무에 관수용 물주머니를 달았다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 일부 시민이 이를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해 눈길을 끈다.

창원시는 20ℓ짜리 관수용 물주머니(물포대)를 구입해 지난 20일 이를 각 구청에 배포해 달도록 했다. 올해 무더위와 가뭄이 극심해 작년보다 응애류 피해가 30% 이상 늘어 응급조치 차원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각 구청은 가뭄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나무에 물주머니를 달았다. 물주머니는 개당 3000원이 조금 넘어 예산은 300만 원 정도 들었다. 이 관수용 물주머니는 극심한 가뭄 때 나무에 매달아 호스 등으로 지속적으로 땅 표면에 물을 공급하는 일종의 '나무 링거' 구실을 한다.

창원시 녹지공원사업소는 창원대로 보도 가로수로 심은 메타세쿼이아에 물주머니 200개를 달았고, 의창구청은 도청에서 창원시청에 이르는 중앙로 중앙분리대에 있는 느티나무에 150개를 달았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은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해당 수종에 이 물주머니를 다는 것은 '코끼리에게 비스킷을 주는 격'으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했다.

27일 창원시 팔룡교육단지 인근 창원대로 변 메타세쿼이아에 관수용 물주머니가 달려 있다. /이시우 기자

시민 박정기(52) 씨는 "지난 26일 도청 앞 중앙로 중앙분리대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에 물주머니가 달렸다. 수종은 주로 느티나무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심은 지 20년이 지났다"면서 "이 나무는 뿌리가 깊게 뻗는다. 물은 한참 아래 잔뿌리에서 흡수하는데, 이 물포대로는 땅 표면만 적셔 갈수 대책으로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창원대로변 메타세쿼이아에도 물주머니를 단 것으로 아는데, 이곳 나무도 심은 지 최소 10년 이상으로 알고 있다"며 "중앙로 느티나무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창원시 의창구는 지난 27일 오후 중앙로 중앙분리대 느티나무에 달린 물주머니를 철거했다. 28일 창원시 의창구 안전녹지과 관계자는 "주말에 비가 많아 와서 물주머니는 27일 모두 철거했다"며 "물주머니를 달자마자 비가 많이 와서 그 효과를 두고는 설치 기간이 짧아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창원시 녹지공원사업소는 박 씨 의견에 반박했다. 사업소 관계자는 "메타세쿼이아 같은 수종은 뿌리가 깊게 뻗는 게 맞다. 하지만 주로 물을 흡수하는 곳은 땅에서 1m 내에 있는 잔뿌리"라며 "이 물포대를 달면 지표면에서 1m까지 계속 물이 주입된다.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메타세쿼이아는 물을 좋아하는 수종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조경업자는 "상황을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두 곳 나무에 이 물주머니를 단 것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포대 구입 비용과 하루나 이틀 만에 비닐(물주머니)에 물을 채워야 하는 인력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살수차로 꾸준히 물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사업소 관계자와 의견을 달리했다.

또한 마산회원구청도 이 물주머니를 달지 않았다. 마산회원구 안전녹지과 관계자는 "물주머니가 워낙 급하게 배포됐고, 받고서 며칠 지나지 않아 곧바로 비가 왔다"면서 "하지만 비가 오지 않았어도 설치할 생각은 없었다. 대형 수종은 물주머니보다 아침저녁으로 살수차를 이용해 물을 뿌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올여름 내내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 관계자도 사업소와는 말이 달랐다.

올여름처럼 극심한 불볕더위와 가뭄에 '나무 영양제' 구실을 하는 관수용 물주머니. 창원시 녹지공원사업소 설명처럼 효과가 있었을까? 아니면 코끼리 비스킷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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