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를 만드는 사람들 (7) 조례 아이디어는 어디서?

"조례 만들 때 아이디어가 갑자기 딱 떠오르나요?"

이성용(새누리당·함안2) 의원이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법안 검색을 많이 합니다. 중앙 부처 법안을 보고 좋은 법안이 있을 때 우리 지역에 적용할 수 없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또 다른 지역 조례도 참고합니다. 경남에 없는 조례 가운데 괜찮은 게 있으면 적용해봅니다."

법안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로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가 있다.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국내 모든 법령에 대한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더불어 법령에 대한 해석이나 판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자치법규에 대한 정보를 모아 특화한 사이트로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www.elis.go.kr)'이 있다.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며 지자체 조례 현황을 목적에 맞게 검색할 수 있다. 이 같은 온라인 시스템은 조례를 만들려는 의원들에게 훌륭한 재료를 제공한다.

◇아이디어 재료는 충분하다 = 다른 지역에서 먼저 제정하고 몇 년 동안 검증된 조례가 경남에 없다? 이는 조례에 관심이 있는 의원에게 좋은 재료가 된다.

"내륙 지역에서 바다 관련 조례를 만들 수는 없겠지요. 공단지역에서 농경지 관련 조례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고요.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자체 조례는 서로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잘 만든 타지역 조례가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지역 실정에 맞게 더 나은 조례를 만들 수 있지요."

입법지원실 관계자 설명이다. 한 지자체에서 모범 조례를 만들어내면 이는 다른 지자체에도 비슷한 조례가 나올 수 있는 마중물이 된다. 의원만 부지런하면 지역 주민은 타지역에서 누리는 혜택을 큰 시차 없이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법안·조례 검색을 게을리하지 않는 의원 존재는 지역민에게 적지 않은 보탬이 된다.

법안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 홈페이지.

"언론 보도도 유심히 봅니다. 문제로 지적되는 내용을 보면 조례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그러면 관련 자료를 검토해 조례로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합니다. 또 외부에서 단체나 시민이 역으로 조례 제정을 제안할 때도 있지요."

이성용 의원은 그 예로 최근 논란이 된 '장애인 인권 조례'를 들었다. 이해 주체가 조례 제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례로 최근 자주 언급된 '장애인 인권 조례'와 '협동조합 지원 조례'는 따로 정리하기로 하자. 어쨌든 이미 갖춰진 조례 틀에서 변형을 주는 방식을 굳이 '소극적 입법'이라고 한다면, 이해 관계자와 부딪치며 긴 논의 과정을 거치는 '적극적 입법'도 있다는 정도만 정리해 둔다. 그리고 적극적인 입법 활동 수단으로 세미나·토론회 등 집단 의견 수집 과정과 현장 조사를 꼽을 수 있다.

◇디테일은 현장에 있다 = "장애인에게 보조 기구는 말 그대로 신체입니다. 보조기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치는 것은 비장애인이 몸을 크게 다쳤을 때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과 다름없지요. 그런데 우리 도에 이런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가 없더라고요."

지난 2012년 강성훈(통합진보당·창원2) 의원은 경남도가 운영하는 보조기구 수리 지원센터를 찾아갔다. 애써 찾아간 수리센터는 그야말로 볼품없었다. 일단 작업 공간이 너무 좁았다.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사무실 옆 창고 같은 공간에서 매우 불편하게 작업했다.

"환경이 너무 열악하니 수리 작업을 실내가 아닌 밖에서도 하더라고요.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아봤지요."

강 의원은 서울과 울산에서 운영하는 수리 지원센터를 찾아갔다. 그 규모나 환경이 경남과 아예 달랐다. 그쪽에서는 작업공간뿐 아니라 전시·연구 공간까지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강 의원은 보조기구 수리 지원 조례를 준비한다. 2012년 8월 제안한 '경상남도 장애인보조기구의 수리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그해 9월 제300회 회기 3차 본회의에서 가결된다. 조례에는 보조기구 수리 지원 대상, 지원 센터 운영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조례는 제정했지만 아직도 경남도에서 예산 지원을 원활하게 못 해요. 현실이 이런데 장애인 관련 일회성 행사에 적지않은 예산이 배정되는 것을 보면 열 불 날 때도 있습니다. 조례 제정 못지않게 후속 작업이 중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성용 의원과 함께 발의한 '경상남도 보호자 없는 병원사업 지원 조례안' 제안 과정에서도 강성훈 의원은 현장을 찾았다. 실태 조사를 통해 도내 18개 사업장에 들러 간담회를 열었다. 하루에 3~4곳을 도는 일도 허다했다. 이 조례는 2011년 제292회 회기 6차 본회의에서 가결된다.

"초기에는 보호자 없는 병원 지원 대상이 노인 중심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더라고요. 조례에는 지원 대상 확대 내용도 담았는데 현장에서 보니 전혀 그런 내용을 잘 모르더군요. 여전히 65세 이상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알더라고요. 홍보가 덜된 것이지요."

현장은 조례에 대한 영감을 제공한다. 또 조례 제정 이후 미흡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강성훈 의원은 최근 도내 오토캠핑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역시 캠핑장을 돌며 이용자 설문을 통해 개선 사항을 접수했다. 강 의원은 지난 20일 열린 '경남 도민 여가생활 증진을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다양한 개선 사항을 제안했다. 그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캠핑 지원 조례안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주민과 소통하고 합의하며 필요한 것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요. 여러 가지 의견을 들으면서 처음 의도에서 빠진 부분을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례를 더 섬세하게 다듬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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