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거부한 맛집들]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미술관 옆 단팥죽'

자주 애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 여럿 있다. 아무래도 '맛집' 취재를 담당하다보니 음식과 관련한 그룹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경남 맛집'이다. 본보 김주완 편집국장이 도내 페이스북 사용자들과 함께 경남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을 공유하고자 만들었다. 예상보다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간혹 보면 '알짜배기' 숨은 맛집도 공유돼 잔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알짜배기 가운데 하나가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미술관 옆 단팥죽'이다. 창원에서 제법 규모가 큰 독서모임 운영자이자 책리뷰 블로거로 이름난 이정수(흙장난) 씨가 단팥죽이 맛있다고 극찬한 집이다. 매일 새로운 글감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기 마련인 블로거가 극찬했으니 믿음이 갔다.

늦겨울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중순 섭외 부탁 전화를 했다. 마침 <스트리트 경남>에도 소개가 된 터라 언론 친화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일언지하 거절당했다.

하는 수 없이 '맛집을 거부한 맛집' 글감으로 삼고자 지난 26일 '미술관 옆 단팥죽'을 찾았다.

   

이 집은 원래 경남도립미술관 옆에 있다가 1주일 전 창원 용호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술관 옆도 물론 운치가 있지만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가다 모퉁이만 살짝 돌아들면 나오는 현재 자리도 나쁘지 않다. 일반 가정집에 딸린 반지하 공간에 작은 테이블 세 개만 놓여 있다. 아직 인테리어를 못다 한 느낌이 드는데 나름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공간 배치가 돋보인다. 비취색으로 칠한 외벽은 흡사 그리스 산토리니 해변가 언덕배기에 선 집을 연상시킨다.

주인은 창원에서 유명한 요리 선생이다. 이정수 씨 말에 따르면 요리에 관한 한 한치의 양보가 없는 사람이다. 요리 선생의 자존심을 모두 '미술관 옆 단팥죽'에 건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자존심은 식재료에서 나온다. 단팥죽의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인 팥. 하동에 사는 올케네 친정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먹으려 농사지은 것을 사들인다.

신선함 가득한 국산 팥을 유기농 설탕과 함께 은근히 졸여내 단맛을 낸다. 팥은 중국산보다 2~3배, 설탕은 일반 설탕의 3~4배 비싸다. 공장제 깡통팥이 명함을 내밀었다간 맞아죽을 판이다. 식재료가 신선하니 맛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연유는 물론이고 단팥죽에 들어가는 떡(옹심이)도 집에서 직접 만든단다.

찹쌀로 빚은 떡은 뜨거운 단팥죽과 만나 쫄깃하면서도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안을 매혹한다. 단팥죽을 담아 내는 그릇은 유기다. 잘 알다시피 유기에는 살균 작용이 있어 음식에 건강을 더한다.

나무에 밀랍을 켜켜이 발라 말린 접시는 전문 작가의 작품이다. 이렇게 신선한 맛과 멋으로 눈과 입을 충분히 호강시키는 데 드는 돈은?

놀라지 마시라, 단돈 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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