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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맥주 그만 팔아주고 맛 연구 좀 합시다

[까칠한 맛 읽기]국산맥주 논쟁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8월 28일 수요일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흥미로운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국산 맥주'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논쟁들이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혹평한 보도를 내보내자 이에 발끈한 국내 주류업체들이 반론을 담은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민심은 싸늘했다.

이미 수입 맥주들이 기존 국내 맥주에서 느낄 수 없었던 깊고 풍부한 맛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묽고 싱거운 맛을 내는 국산 맥주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체 국산 맥주는 왜 이런 맛을 내지 못하는 걸까"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맥주 맛이 얼마나 형편없으면 소주를 타지 않으면 마실 수 없느냐", "폭탄주용이냐"는 말까지 나왔다.

업계는 국내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제조환경, 역사, 문화, 공법 등의 차이를 역설했지만 소비자들을 완벽하게 이해시키진 못했다.

한데 이달 들어 언론·소비자의 공세가 다시 시작됐다. 국내 주류업체가 직접 국외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시되면서다.

여태껏 '공공연한 비밀'로만 인식되던 것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맥주 논쟁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관세청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상반기 맥주수입 동향을 보면 맥주수입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수입 맥주시장은 최근 3년간 68% 확대돼 연평균 30% 이상 고성장을 유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최대 맥주 수입대상국은 일본인데,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일본산 맥주는 평균 수입 단가가 전체 평균 단가 수준보다 14% 이상 높은데도 가장 많이 수입됐다.

산토리,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일본 4대 브랜드가 국내 수입 맥주 업계 선두주자인 셈이다. 그런데 산토리는 오비맥주가, 기린맥주는 하이트진로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자사 제품의 질적 향상을 통해 품질 경쟁에 나서도 모자라는 판에 경쟁업체 맥주를 직접 수입해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해하는 전형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천박성으로 탓하기보다 국내외적 망신으로 볼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주류업계는 수입 맥주 공세에 맞선 국내 맥주 업체들의 수출 활동이 눈부시다고 맞불을 놓았다. 상반기 외국맥주 수입액은 3900만 달러에 그쳤지만 오비맥주 수출은 6600만 달러, 하이트진로는 3300만 달러를 넘어 수입액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수출국은 몽골,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이라크 등 주로 맥주제조기술력이 극히 떨어지거나 무역거점으로 생산보다 소비지향적 생활양태를 가진 곳이다. 이는 맥주 제조의 전통과 기술력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그 맛을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국내 맥주시장의 96.1%를 차지하는 과점 업체다. 근 80년 동안 분점 과점 체제를 형성하며 국내 맥주 시장을 잠식한 것도 모자라 수입 맥주 시장까지 잠식하려는 것은 분명히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들 업체는 주류시장 과점 체제를 극복하려는 주세법 개정에 극구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홍종학(비례) 의원은 지난 4월 '주세법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는 △맥주 제조시설 허가기준을 완화할 것(발효시설 5만ℓ에서 2만 5000ℓ, 저장시설 10만ℓ에서 5만ℓ) △주세율 72%를 일정규모 이하 중소업체의 맥주에 한해 30% 이하로 낮출 것 △맥아를 70%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맥주'라는 명칭 대신 '발포 맥주'라는 명칭을 쓰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종학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주세법대로는 신생 기업이 맥주 시장에 진출하려면 72%에 달하는 높은 주세율을 감당해야 한다. 생산규모와 관계없이 원가의 72%를 세금으로 떼는 구조다. 생산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생존이 어렵다.

밀러 등 3대 브랜드가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미국도 전국에 중소형 맥주공장만 2000여 개가 돌아가고 있다. 전국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미국 업체도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반면 국내 업계의 연구개발비는 국내 독과점 산업 중에서도 최하위에 그친다. 공정위가 지난 2010년 발표한 국내 맥주제조업체의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은 0.75%에 불과하다. 자동차 등 독과점 구조 유지산업의 평균치 1.4%의 절반에 그친다. 결국, 연구·개발은 외면한 채 내수시장만으로 챙긴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주류업계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비자들을 '호갱님'(호구+고객)으로 여긴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시 변화를 향한 선택의 몫은 똑똑한 소비자에게로 돌아왔다.

호구로 남을 것인가 스마트컨슈머로 남을 것인가. 이제 새로운 판단을 할 시점이 온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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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