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공무원]박성재 거제시 환경위생과 주무관

"아픔과 좌절이 많았지만 그만큼 밝아지고 행복해지고 있어 감사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이보다 천진난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되 보이는 거제시청 환경위생과 박성재(32) 주무관.

그는 지난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공무원이다. 그리 길지 않은 자신의 생을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공무원 필기시험 1차에 합격했을 때라고 손꼽는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한편으론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박 주무관에게는 그만큼 절실한 것이 직장을 얻는 것이었다.

평온하던 그의 가족에게 시련은 한순간에 닥쳤다. 10여 년 전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도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로 지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머나먼 타국으로 떠났다. 어머니의 친한 친구가 있는 과테말라였다. 어머니는 거기서 작은 봉제공장을 운영했다. 큰 회사의 협력 업체였는데 옷을 만들어 미국 월마트에 수출을 주로 하는 회사였다.

그는 한국에 남아 대학에 다니면서 어머니를 보고자 잠깐 과테말라에 들르기도 하고, 휴학을 두 번 하고 1년씩 두 차례 장기간 머물면서 옷을 포장하고 상자에 담는 일을 하며 어머니 일을 돕기도 했다.

박성재 거제시 환경위생과 주무관.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제법 하게 됐다. 외국 생활을 2년여 하는 동안 문화의 다양성을 일찍 체험하게 됐고,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중남미에 머물면서 영화 <아포칼립토>에 나오는 마야 문명과 멕시코 피라미드를 탐방했다. 거기서 5시간 동안 말을 타고, 강을 건너고 산을 오르며 체험한 오지 탐험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한국과 중남미를 오가던 그는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능동적이며 창의적인 공무원이 되기로 하고 그가 평소 좌우명으로 삼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떠올렸다.

"뭐든지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지난 시절 힘들었던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와 자신감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도 믿습니다. 온 힘을 다해 공부에 매진했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만큼 절박했습니다."

어머니는 과테말라로 간 후 정착해 10년이 넘도록 혼자 지내고 있다. 아버지와 형 가족과 함께 창원에서 지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그는 거제로 왔다.

그는 과테말라에 계신 어머니와 모든 가족이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공무원 생활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하려는 자세로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민원인을 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겨울 눈이 많이 왔을 때 제설작업을 나가서 들은 시민들의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에 공무원으로서 큰 힘을 얻고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공무원이란 직업은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을 위하는 자세가 먼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알지만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거제와 중남미가 교류할 때 통역으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가 공무원으로서 온 힘을 다해 10여 년을 떨어져 산 그의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