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박수나트에 머물렀을 때 같은 숙소에 함께 묵은 요나스와 트리운드 등산을 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산길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경사가 거의 45도에 달했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돼도 완만해질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팔라질 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산의 해발고도는 2900m. 여태껏 올라가 본 적 없는 정말 어마어마한 높이였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 2000m도 되지 않는 걸 고려하면 평소 등산도 안 하던 내가 힘들어 할 만한 고도였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간 정상에서 느껴왔던 짜릿함은 없었다. 그냥 벌러덩 누워버렸다. 체력은 한계에 달했고 말할 기운조차 없었다. 절경을 느낄 여유조차 없어 잠시 그대로 누워 있기로 했다. 내가 누워 있는 동안 요나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제일 경치 좋은 자리를 잡아 나를 끌고 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허겁지겁 먹고 다시 꿀맛과도 같은 낮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 요나스는 옆에 없었다. 그는 정상에서 조금 더 올라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동굴이었다.

우리는 동굴에서 한밤을 자기로 하고 100루피로 침낭 두 개를 빌렸다. 요나스는 밤 사이 추울 거라며 모닥불을 피우려고 나뭇가지들을 주우러 다녔다. 해가 떨어지고 산에서 할 거리도 없고 우리에겐 플래시도 없어서 그냥 동굴에서 바로 자기로 했다.

주변은 온통 깜깜했고 하늘에 보이는 별은 유난히도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너무나도 적막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금세 곯아떨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요나스는 어제 남았던 빵과 토마토, 오이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배를 채우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내려가는 길에 인도의 국민차인 짜이집에 들렀다. 30루피밖에 없는데 한 잔만 팔면 안 되느냐는 애원에 불쌍해 보였는지 주인이 두 잔이나 서비스로 줬다. 꿀맛 같은 짜이 두 잔을 경치와 함께 마시며 다시 하산 길을 재촉했다.

모험심이 발동한 요나스는 지름길을 이용해보자며 알 수 없는 길로 나를 인도했다. 그러다 결국 길을 잃어 산길을 헤집고 다녔다. 조난당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하늘도 무심하게 비까지 내렸다. 나중에는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 막 미친 듯이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결국 험난한 길을 헤치고 올라갈 때 걸린 시간의 2배인 10시간 만에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마지막엔 정상적인 길이 아니라 어떤 숙소를 불법 침입해 넘어가야 했다. 다행히 우리를 본 이가 없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아침에 시작했던 하산은 해가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서 다짐했다. 다시는 저 산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1주일 뒤에 심심함을 못 참아 다른 친구들과 다시 오르게 됐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정상에서 염소 바비큐를 먹었다.

산 정상 동굴에서 자본 것도 난생처음이었고 염소 바비큐를 먹어 본 것도 처음이었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절경도 최고였기에 다시 찾고 싶지만 또 등정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괜스레 이색적인 경험이 그리워진다. 나도 모르게 트리운드 정상을 향해 기어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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