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금개구리

통도사 지장암에는 금개구리와 자장율사에 대한 전설 하나가 있다. 겨울이 다가오자 얼어 죽을까봐 염려하여 우물에 살던 금개구리를 석간수라는 물이 흘러나오는 절벽에 자장율사가 손으로 구멍을 뚫어 거기서 살게 했다. 그 후에 금개구리가 은혜를 갚기 위해서 길일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들은 금개구리를 '금와보살', 바위의 굴을 '금와석굴'이라 했다고 한다.

이 전설 속의 금개구리가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보호되고 있는 금개구리일까?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전설 속에 나오는 금개구리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찾았다. '개구리와는 달리 입과 눈가에 금줄이 선명했고 등에는 거북 모양의 무늬'가 있었다고 되어 있다.

이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는 금개구리 모습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금개구리는 참개구리가 가지는 주둥이에서 시작되어 총배설강(미골)으로 이어지는 중앙선이 없다. 양옆에 금색으로 도드라진 금색선이 있어 참개구리와 구분된다. 금개구리는 농경지가 기본 서식지인데 전설에는 우물물과 석간수가 나오니 금개구리의 일반 서식 환경과도 많은 차이가 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장암의 금개구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금개구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지장암의 금개구리는 어떤 개구리를 말하는 것일까? 전설 속에 나오는 환경들을 분석해 보면 무당개구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무당개구리는 우물 주변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석간수가 흘러 내리는 공간이나 바위 틈, 찬 물이 스며 나오는 곳에서도 발견된다.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면 입과 눈가의 금줄은 무당개구리를 정면에서 보았을 때의 붉고 노란 빛깔을 묘사한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또한 상상력을 동원한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올해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는 6월에 '두렁두렁 합천금개구리 원정대'가 조직되어 금개구리 서식지로 알려진 합천 정양지에서 조사 활동을 했다. 내년에도 금개구리에 대한 다양한 조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길일에 은혜를 갚기 위해서 지장암에 나타났듯이 우리의 관심과 열정에 감동해서 경남의 다양한 곳에서 금개구리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금개구리를 만나면 나도 속으로 "금와보살님 반갑습니다"라고 크게 인사를 할 것 같다.

/변영호(거제 명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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