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이성배·김현수 부부

3년 전이었다.

소개팅을 앞두고 있던 이성배(33) 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부산 초읍에서 만나자고? 부산에 읍이 있었나? 부산이지만 시골인가보네…'

성배 씨는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제가 거제에 사는데, 배 타고 오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성배 씨 소개팅 상대였던 김현수(29) 씨도 고개를 갸웃했다.

'배? 완전히 섬마을인가 보네….'

   

둘은 첫 만남에서 그렇게 서로 '시골여자' '시골남자'로 오해했다. '부산 초읍'은 '부산 초읍동'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명에 '읍'이 들어가니 성배 씨는 '읍·면'할 때 '읍'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성배 씨는 당연히 배를 타고 부산에 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거가대교 개통 전이었다. 버스로 고성·마산 쪽 도로를 이용하면 몇 시간씩 걸렸으니, 배편이 훨씬 나았다. 거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현수 씨는 성배 씨를 그렇게 한동안 '섬마을 오지 총각'으로 생각했다.

둘은 소개팅한 지 한 달 후 교제에 들어갔다. 성배 씨는 주말 부산 데이트를 위해 여전히 배를 이용해야 했다. 얼마 후에는 거제~부산을 연결한 거가대교가 개통됐다. 하지만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 '입석'으로 오가는 일도 많았다.

   

배·버스·지하철 같은 것을 여러 번 갈아타야 했던 성배 씨는 결국 큰 맘 먹고 차를 샀다. 좀 더 편하게 데이트할 수 있게 된 둘 사랑은 그때부터 탄탄대로였다. 말 안 해도 '아, 우리 이렇게 결혼하겠구나'라는 느낌이 스며들었고, 마침내 만난 지 2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거제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아직은 아이 없이 둘만의 사랑을 더 키워가고 있다.

성배 씨는 결혼을 앞두고 프러포즈 이벤트를 준비했다. 수수하고, 사치스럽지 않은 현수 씨를 배려할 참이었다. 평소 반지 낀 걸 본 적이 없어, 프러포즈 선물로 목걸이가 낫겠다 싶었다. 꽃·음악·펼침막 같은 소품을 이용하고, 목걸이를 걸어주며 프러포즈했다. 성배 씨는 현수 씨 표정을 보았다. 청혼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뭔가 개운한 얼굴은 아니었다. 좀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현수 씨 이야기다.

"제가 평소 반지를 안 끼고 다녔다 해도, 여자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프러포즈 때는 그래도 반지를 끼워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여자들은 그런 로망이 있거든요. 특히나 저는 이전까지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렇다보니 '반지 한번 못 껴 보고 결혼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좀 서운했죠."

   

옆에 있던 성배 씨는 머쓱해 한다. "나름 배려한 거였는데…."

현수 씨는 성배 씨를 한번 흘겨보고서는 자신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쳐다본다.

몰라서 안한 거지, 알게 된 이상 그냥 넘길 성배 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뒤늦게 현수 씨 섭섭함을 안 성배 씨는 또 한 번의 청혼과 함께 반지를 건넸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함께하는 과정에서 큰 굴곡은 없었다. 집안 반대가 있었던 것도, 크게 다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우리는 참 무난했던 것 같아요. 첫 만남에서부터 불꽃 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 안에서 감동하고, 행복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게 더 좋지 않나요?"

   

성배 씨는 성격이 꼼꼼한 편이다. 현수 씨는 스스로를 '모든 걸 내려놓고 사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많이 달라서 오히려 잘 맞는 편이다.

그럼에도 서로의 단점에 대해 물었다. 둘은 한동안 고민했다. 결국 내놓은 답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는데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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