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행궁동 9월 한 달간 '차 없는 마을' 운영…세계 최초 시도로 이목 '집중'

"차량은 평지로 달리고, 사람은 지하나 공중(육교)으로 건너는 상황은 완전히 주객이 바뀐 겁니다.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도로와 차량입니다. 도시의 모든 구조가 그렇게 맞춰져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염태영 시장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을 밀어내고 도시의 주인이 된 차량. 이는 전적으로 사람 잘못입니다. 사람 편하고자 기획했던 게 오히려 사람을 변방으로 몰고 있는 꼴입니다. 그러나 도시의 주인인 사람들은 잘못된 교통 정책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떠올린 건,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1박 2일 동안 수원시가 주최한 '2013 수원 생태교통 팸투어'에서였습니다. 이 투어는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등을 돌아보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는 9월 수원 행궁동(신풍동, 장안동) 일원에서 있을 생태교통축제인 '생태교통 수원 2013' 현장을 미리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사업 이야기를 듣고 기대 반, 의심 반이었습니다. 주거 인원 2200가구 4300여 명에 달하는 행궁동 주민의 자동차 2000여 대를 모조리 마을 외곽에 주차시켜 행궁동 전체를 차 없는 마을로 만든다는 게 어디 보통 일입니까. 주민 설득 작업과 이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찮습니다.

여하튼, 행궁동 주민이 화석 연료가 고갈된 미래를 떠올리며 한 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세계 최초의 착한 프로젝트는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와 이클레이(ICLEI) 및 수원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제사업입니다. 하여, 전 세계 75개국, 1250개 도시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길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수원시 염태영 시장과 생태교통추진단 등 수원시 공무원들이 행궁동 일원을 생태교통지역으로 추진하는 믿음입니다. 믿음이 강하면 뜻은 이루어진다니,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중입니다.

참고로 생태교통이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모든 이동 형태를 통합한 것입니다. 보행, 자전거, 수레와 같은 무동력 이동수단과 대중교통, 친환경 전기 동력 수단 등을 환경적으로 연계한 교통체계를 말합니다. 즉, 이상기온 등으로 벌어지는 지구 재앙의 원인인 기후변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으로 고려되는 교통입니다.

경기도 수원시가 도입한 자전거 택시.

그럼에도 마을 전체를 차 없는 공간으로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세계 전역에서 일회성 이벤트로 차 없는 거리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1개월여 동안 진행되는 건 세계 최초의 시도입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세계인들의 눈이 수원에 집중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업은 9월 한 달 동안 차 없이 생활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는 거예요. 도시기반을 바꿔보는 거죠. 도시 구조가 바뀌는 속에서 사람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는지, 우리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요. 구조가 바뀌면 생활습관이 바뀐다는 거죠."

이는 원대한 도시 구조 바꾸기 철학으로 읽힙니다. 습관 바꾸기를 통해 도시 구조를 바꾸겠다는 발상은 아무나 달려들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차 없는 마을을 지향하는 세계 생태교통 축제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2년 4월 창원에서 열렸던 ICLEI 총회의 제안을 염태영 수원시장이 받아들였습니다. 환경운동가의 경험을 살리려는 측면입니다.

그러나 수원시 관계자는 쉽지 않았다고 자백합니다. 염태영 시장은 "차 없는 마을을 반대하는 주민의 반대 시위와 더불어 시민에게 멱살까지 수차례 잡혀야 했다"고 곤혹해하며 "그때 '내가 왜 이 사업을 받아들였을까'하고 잠시 후회도 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또 생태교통추진단 김병익 단장은 "최대한 집 가까이에 차를 주차하려는 습관에 길들여진 주민이 차 없이 지내라는 걸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 마음이 많았다"면서 게다가 "사업을 담당해야 할 관련 공무원들까지 성공할까, 반신반의하는 상황 극복도 힘들었으나, 지금은 95% 정도가 완료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차 없는 마을 만들기를 반대하는 희망 기사 식당 주인 부부는 "이 사업으로 인해 손님이 줄어 매출액이 3분의 2가 줄었다"면서 "반대 데모를 해도 안 된다"고 울상입니다. 또 "행사 기간이야 일반인들이 오겠지만 행사가 끝나면 기사들이 딴 식당으로 갈 것이 걱정이다"며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을 위한 영업은 타지로 이전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세계 생태교통 축제와 관련한 예산은 총 132억 원. 이로 인한 효과는 440억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산집행은 화서문로와 신풍로 거리개선, 골목길 재정비, 옛길 재정비, 전선 지중화, 간판 개선, 녹색 건축물 조성지원, 미술관 건립, 장안문 주변 문화시설, 임시 주차장 사업 등에 투자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없는 마을 만들기에서 수원시가 주민에게 제시한 이동 수단 대안은 뭘까? 간단합니다. 마을 인근 지역에 임시 주차장(영화지구 600면, 연무지구 350면, 사설공영주차장 200면 등) 마련, 자전거 1000여 대 무료 운영, 전기 자전거와 유모차 자전거 200여대 무상 임대, 전기 자전거 택시와 셔틀버스 총 15개소 운영(출퇴근 시간 10분 간격, 낮 20분 간격) 등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상시 이용 체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편이 예상되는 택배 및 물품 이동 서비스를 위해 택배는 중앙 집결지까지만 운송하고, 이후 수원시와 계약한 용역업체가 전기 카트로 해당 집까지 배달하는 방안 등입니다. 여기까지 배려한 세심함이 놀랍습니다.

재밌는 건, 주민이 축제 이후에도 계속 차 없는 마을 만들기를 하자고 관을 부추긴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염태영 시장은 웃으며 "세계 생태교통 축제를 치른 후 생각할 일이다"면서도 "다수 주민이 원한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는 입장입니다.

부디, 수원시 공무원과 환경단체 관계자 등의 노고가 아름다운 결실 맺기를 바랍니다. 이는 우리가 염원하는 사람이 먼저인 생태교통 도시의 꿈이 이뤄지는 초석이 될 것이기에….

/임현철(알콩달콩 섬 이야기·http://blog.daum.net/limhy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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