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81)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낮과 밤

감당할 수 없는 한낮의 태양은 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글거리던 태양이 서서히 서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즈음 떠난 여행이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밤바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바다 빛 미술관'과 함께 광안대교의 야경이 맘을 설레게 한다.

물러설 것 같지 않던 여름도 조금씩 지나가고 있다.

여섯 시를 넘기니 태양의 기세도 많이 누그러졌다.

낮과 밤의 경계를 두고 광안리는 서서히 변신을 시작한다.

밀려오는 파도에 쫓기듯 도망치는 아이는 깔깔깔 웃음이 터진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바다 건너에는 끝을 모르는 고층 건물이 세련된 잿빛 세상을 만든다.

바다 위로는 수영구 남천동에서 시작해 해운대를 잇는 총연장 7.4km의 웅장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윈드서핑과 바나나 보트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제법 많다.

물론 해수욕장답게 파도에 몸을 맡기고 노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여느 해수욕장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해질 무렵이 다 되어 아이들을 바닷속으로 들여보내기에는 파도도 거세고 물도 차갑다.

바다와 백사장의 경계에서 아이는 신이 났다.

강약을 조절해가며 힘차게 밀려왔다 빠지는 파도는 훌륭한 장난감이다.

저만치 파도를 따라갔다 쏜살같이 파도에 쫓겨오며 "깔깔깔" 웃음보가 터진다.

예상하지 못한 파도의 공격에 흠뻑 젖어도 마냥 즐겁다.

보드라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질인다.

거품을 내며 부서지는 파도의 웅장한 소리는 위협적이지만 시원하다.

성수기를 살짝 비껴간 해수욕장은 그나마 여유롭다.

다닥다닥 붙은 파라솔 대신 짚으로 만든 그늘막이 운치를 더한다.

그늘막 아래서 아이와 모래성을 쌓으며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저녁 7시가 되자 해변 테마거리에 자리한 백남준 작가의 작품 '디지테이션'에 불이 켜졌다.

이제 광안리는 '빛과 야경의 도시'로 변신할 참이다.

테마거리의 녹지화단 나무들이 '은하수 바다'(얀 카슬레 작)로 빛을 발하면, 저 멀리 남천 삼익 비치 앞 방파제에 '생명의 원천'(장 피에르 레노 작)이 은은한 붉은빛으로 화려함을 더한다.

광안대교에 불이 들어온 모습./최규정 기자

민락회센터 앞 해변에선 '영상인터랙티브'가 불을 밝히고, 해변에 놓인 '섬으로 가는 길'(심문섭 작)이 1시간 간격으로 레이저 빛과 함께 고사 분수를 만들어낸다.

저녁 8시를 넘어서자 광안대교에 불이 켜졌다.

무채색의 세상이 한순간 총천연색으로 바뀌었다.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제법 차오른 달이 휘영청 밝았다.

낮 동안 웅장한 모습으로 바다를 가로지르던 광안대교는 멋진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바다 아래로 스며든 달빛과 불빛이 흔들거린다.

한낮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는 않았지만 미술 작품을 따라 모래를 발끝으로 느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아이./최규정 기자

광안리를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드라이브다.

차를 타고 해운대 쪽에서 광안리로 이어지는 다리 위를 달리면 금련산 자락 끝에서 가지런히 자리 잡은 광안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름의 광안리는 다양한 축제와 문화 행사로 출렁댄다.

이달 말까지 매주 주말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광안리 해변로는 '차 없는 거리'로 변신해 예술과 놀이로 채워진다.

24일 오후 2시부터는 물총축제 '수타워즈'가 열린다.

'광안리를 사랑하는 모임'이 마련한 '수타워즈'는 물총 난장, 에어볼 넘기기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

TV 소리 대신 파도 소리에 귀를 맡기고 선풍기 바람 대신 바닷바람에 몸을 맡겨 몸도 마음도 즐거운 광안리의 야경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광안리 인근 거리./최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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