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로 진입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이슈로 떠오른 '고령화'가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활동부터 방송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고령화에 따른 변화의 체감 온도는 점점 높아져 간다.

음악계 나아가 문화 예술계도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전업 연주가로서보다는 전문 교육기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더더욱 문화계의 주요 화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연주자가 학교 정년퇴임을 기점으로 무대 또한 은퇴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년퇴임이 원로음악가로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물론 퇴임 후에도 왕성한 활동으로 후배들과 지역 예술계에 귀감이 되는 원로 음악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지역을 예로 들어 보자.

이제는 통합창원시가 되어 사라진 마산시립교향악단의 초석을 다진 안종배 교수(경남대 퇴임), 그리고 우리 지역의 본격적인 전문 성악가, 교육자로 평가받고 있는 전정자 교수(창원대 명예교수)는 퇴임 이후 이렇다 할 활동 없이 너무 조용히 재야의 음악가가 된 듯하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몇해 전에 창원대를 퇴임한 이근택 명예교수는 은퇴 후에도 다양한 창작과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학문적·행정적 경험을 쌓은 음악가가 정년퇴임이란 미명 아래 스스로 무대를 떠나는 것은 우리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음악과 문화 예술계에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축적해온 전문 지식과 기술을 음악 문화나 교육을 위해 활용한다면 그 효용가치는 대단할 것이다.

오늘날 같은 고령화사회에서 정년퇴임은 또 다른 시작이자 더 넓은 예술세계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얼마 전 창원문화재단은 3·15아트센터 관장에 이근화(65) 경남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우리 지역의 성악가이자 지휘자 그리고 교육자로 잘 알려진 이근화 신임 관장은 1976년 경남대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교수로 임용돼 지난해까지 30년 넘게 대학에 재직하면서 대학원장을 비롯해 교육 행정을 두루 경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1989년 마산시립합창단 지휘자를 맡아 12년 동안 이끌면서 다양한 기획과 프로그램으로 합창단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여러 무대에서 그의 노래를 들었고, 그의 지휘로 많은 합창음악을 만났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의 독창회 소식을 들었을 때 또 한 명의 지역 음악가가 사라지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년퇴임 1년 후 3·15아트센터 관장으로 일선에 복귀한 그는 "시민 예술교양강좌(예술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시민들 욕구에 맞게 개발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무료 기획 프로그램도 더욱 확대해 시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관장의 전문적 경험과 지식이 우리 지역 예술계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전욱용(작곡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