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엽소현상, 벼농사도 피해 커…"지자체 대책, 시기 늦고 단기적·회피성"

가뭄·불볕더위로 한반도 남쪽이 타들어가고 있다. 기상청이 22~24일 남부지방에 비를 예보했지만 강수량은 많지 않을 전망이어서 가뭄 피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줄어든 농업용수, 애타는 농민 = 올여름(7~8월) 경남의 강수량은 180㎜로 부산(133㎜), 울산(133.7㎜)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창원지역만 보더라도 지난 한 달 강수량이 장마철임에도 190.1㎜로 평년 강수량 293.8㎜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마른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낮기온이 30도를 넘는 고온을 지속했고 8월 들어서도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탓에 농업용수 부족 현상과 농작물·가축 관련 시설 피해도 늘고만 있다.

도내 3200여 개 소류지 평균 담수율은 55.4%(20일 기준)로 평년(76.6%)에 비하면 20%포인트가량 떨어진 상태다. 특히 남해(37%), 고성(40%), 통영(44%), 거제(52%) 등 일부 남해안 지역은 평균보다도 낮은 담수율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상시 비상급수 중이다.

계속된 무더위와 함께 비가 적게 내린 경남지역에는 가뭄까지 찾아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감천계곡으로 물놀이 나왔던 사람들이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난 자갈밭을 지나 되돌아 가고 있다. /김구연 기자

불볕더위로 말미암은 온열질환자도 지난해(6~9월·온열질환자 73명, 사망자 없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6월부터 20일까지 도내 온열질환자는 173명이며 사망자는 3명이다. 이에 무더위 쉼터 조성·취약계층 여름철 특별관리 등 지자체 대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수·벼 농가 직격탄 = 과수원도 울상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은 장기간 이어진 가뭄·불볕더위로 일부 배 과수원에서 '엽소현상(잎이 마르는 현상)'과 '일소현상(과일이 강한 햇볕 탓에 화상을 입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과나 배, 대추 등은 개화기 냉해에 이어 가뭄까지 겹친 탓에 평소 절반 크기로도 자라지 못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추석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벼 농가에서는 키다리병이 매우 증가했다. 올해 키다리병 못자리 발병률은 13.6%로 작년 4.1%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가뭄으로 본답에서 발생이 증가한데다 8월 벼 개화기에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종자감염이 심해진 탓이다. 아울러 벼멸구 밀도도 전년보다 15%가량 높아졌다.

창원시 성산구는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귀산마을 참다래 재배농가에 긴급 용수 지원을 했다. /창원성산구

축산농가의 가축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 가축별 사육 적정온도는 한우와 육우 등 소는 20도, 돼지는 25도, 닭은 24도 정도다. 하지만, 이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하면서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고 발육이 늦어지고 있다. 특히 30도 이상 고온이 지속할 때는 번식장애, 질병발생 등의 피해가 나타나고 심하면 폐사에 이를 수도 있다.

한편 창원대로변 등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6500여 그루 가운데 수세(樹勢)가 약해진 1000여 그루는 응애류 해충의 공격을 받아 잎이 누렇게 변해 있다.

◇가뭄·불볕더위 길어질 가능성 커 = 사정이 이렇지만 가뭄·불볕더위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창원기상대는 "8월 말 평년과 비슷한 강수량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나 9월 초엔 다시 평년 이상 기온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9월 중순이 되어야 기온과 강수량 모두 평년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 농민은 "비가 온다고 해도 양이 많지 않아 걱정"이라며 "9월 중순까지 뚜렷한 비 소식이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태풍이라도 오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시·군은 피해예방 대책을 내놓고 예방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시기가 늦었을 뿐만 아니라, 단기적이고 회피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창원시 성산구는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귀산마을 참다래 재배농가에 긴급 용수 지원을 했다. /창원성산구

◇장기적·종합적 예방대책 필요해 = 창원시는 19일 건설교통국장을 상황실장으로 한 총괄상황반 등 5개 추진팀을 꾸려 농·축산업, 재해·재난, 급수지원, 녹지·원예, 행정지원 등 분야별 대책에 나설 예정이라 밝혔다.

고성군도 관내에 60개의 물웅덩이를 파고 양수 장비 52대를 투입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어 예비비 4억 5000만 원을 투입해 지하수 개발과 송수관로 매설, 인공 저수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농민은 △지난해 평균 담수율이 64.6%로 평년에 한참 떨어졌는데도 개선되지 않은 점 △벼멸구 피해가 지난 1998년·2005년 발생 유형과 비슷한데도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 점 △22~24일 남부지방에 비가 예고된 가운데 대책이 나왔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시기와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자연현상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종합적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은 일부 지자체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농민은 "내년에도 가뭄이 오지 않으란 법은 없다"며 "보다 안정적인 물관리·정책으로 농·축산물 상품성을 확보하고 흉작을 예방하는 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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