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를 만드는 사람들 (2) 조례 틀 만드는 입법 지원

도의원이 조례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찾을 곳은 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이다. 입법정책담당관실을 들여다보기 전에 조례 제정 과정을 훑어보자. 먼저 도의원이 제출한 조례안이 도의회 의결을 거쳐 공포되기까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쟁점 법안이 아니라면 3~4개월 정도다. 물론 의원이 조례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각자 거친 과정은 생략한 것이다. 조례안 제출부터 큰 얼개만 정리하면 △조례 검토·성안 △상임위원회 심사 △본회의 상정 △공포(도지사) 순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조례안을 검토하고 심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드는 일을 입법정책담당관실에서 한다.

'조례 검토·성안'까지 과정은 다시 △사전 검토 △집행부 의견 수렴 △조례 초안 작성 △입법 고문 자문 △입법예고, 공청회 △최종 검토·성안 △조례안 송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작업이 보통 55일 정도 걸린다. 조례 제정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면서 가장 드러나지 않는 작업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 경남도의회 2층에 있는 입법정책담당관실은 입법지원담당과 정책연구담당으로 구성된다. 정책연구담당은 말 그대로 의원의 정책 연구를 지원한다. 정책 관련 세미나, 토론회 등을 준비하거나 필요한 자료 등을 제공하는 일이다. 조례안을 접수해 '조례답게' 만드는 일은 입법지원담당 몫이다.

만약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매달 10만 원씩 주는 조례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제목은 '경남 청소년 용돈 지원 조례안' 으로 하고 입법정책담당관실을 찾는다.

"그건 아니지요. 일단 상위 법령 근거가 있어야 하고…."

강수권 계장이 웃었다. 그는 취재를 어색해 했다.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가결된 조례조차 상당수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물며 조례도 아닌 안을 만드는 과정이 노출될 일은 더욱 없다.

"조례는 반드시 상위 법령을 근거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의회에서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지요."

안효정 주무관이 설명을 이어갔다. 이 같은 제한은 상위 법령을 위반할 수 있는 선심성 조례를 예방하는 장치다. 그리고 법 체계 혼선을 막는 장치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은 이런 제한이 지방 자치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조례를 보면 반드시 어떤 법령을 근거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요즘은 도의원 대부분이 완성도를 갖춘 조례안을 제출합니다. 그렇게 제목만 던질 수는 없지요. 그리고 아예 없던 조례안을 새로 만드는 경우는 드물고 다른 지역에 있는 조례를 경남에 맞게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전체 형태는 크게 수정할 게 없습니다."

강수권 계장 설명이다. 설명대로라면 입법지원실 업무는 세부적인 조항 검토에 더 집중되는 셈이다. 주로 검토되는 내용은 이렇다. "상위법과 부딪치는 조항이 없나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경남도 의견도 받습니다. 조례가 실효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지요. 조례 뜻이 좋아도 예산이 받쳐주지 않아 집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집행부 검토를 거치면 조례 초안을 작성한다. 그리고 입법고문 자문을 하고 나서 최종안을 작성하게 된다. 조례 해석에 문제가 있는지, 표현이 적절한지 확인하고 오·탈자까지 잡아낸다. 이 과정까지 마치고 의원에게 조례안을 넘기는 것까지 입법지원실 일이다. 만약 모든 도의원이 완벽한 조례안을 만들 수 있다면 입법지원실 업무는 사라질까. 그때는 조례안이 정말 완벽한지 다시 확인하는 일이 입법지원실 몫이 될 것이다.

   

◇돋보이는 도의원 = 인상에 남는 조례를 묻자 잠시 머뭇거리던 강수권 계장은 '로드킬 조례'를 꼽았다. 지방도에서 차에 깔려 죽은 야생동물을 신고하거나 치우면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조례다. '경상남도 지방도상 야생동물 등의 충돌방지 및 사체 처리 등에 관한 조례'가 정식 명칭인 이 조례는 2006년 김진옥(의령1)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그리고 2007년 1월 제246회 회기 2차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 없던 조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창성이 돋보이고, 우수 조례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안효정 주무관은 '구강 보건 조례'를 꼽았다. 경남도가 추진한 '노인 틀니 지원사업' 근거가 되는 조례로 새누리당 심규환(진주4)·이성용(함안2)·임경숙(창원7)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정식 조례 명칭은 '경상남도 노인 구강 보건사업 지원 조례안'으로 2011년 1월 제280회 회기 2차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조례 제정 당시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많은 도민에게 혜택이 돌아간 점에서 괜찮은 조례라고 생각합니다."

의원이 낸 조례안을 반드시 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모범 의원' 선정을 부탁했다. 단순하게 발의 건수로 따질 수도 없는 문제라며 잠시 주저하던 이들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심규환 의원이 법리에 밝습니다. 이성용 의원도 열심히 하고…. 아무래도 이종엽·석영철·여영국 의원 등 야권 의원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입니다. 의회에서 소수고 쟁점이 되는 내용이 많아 조례 제정까지 어려움은 있는 편이지만…."

심규환 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조례는 9건이다. 이는 현직 도의원 가운데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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