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포늪에 오시면] (30) 우포늪과 만나는 생각

우포늪 8월의 관심사는 물꿩과 가시연꽃입니다. 7월 물꿩이 왔을 때는 전국적으로 관심을 가진 방문객이 와서 차량 단속도 하였고, 물꿩의 산란 전은 물론 산란 후의 귀여운 새끼들을 촬영하고자 또 많은 분들이 옵니다.

우포늪을 방문하시려는 분들이 전화로 물어보는 가장 많은 질문 중의 하나는 가시연꽃이 언제 피는가입니다. 7월 피기 시작해 10월까지도 피지만 홍수나 태풍 같은 시샘꾼들이 언제 올지 모르기에 더욱 귀한 존재임을 느낍니다. 어떤 분은 100년마다 한번 피는 꽃인가 물어보기도 하고 일반 연처럼 생긴 줄 알았다가 큰 잎과 가시가 달린 꽃을 보고는 놀라워합니다. 가시가 많은 잎의 앞부분은 녹색인데 비해 뒷부분은 꽃과 비슷한 자줏빛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열린 생각의 기회를 주고자 인문학 강좌가 전국적으로 많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에 강연 초청을 받았습니다. 인문과 생태의 만남 중 하나의 예가 바로 생태춤이기에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모두가 눈망울이 맑고 밝은 학생들에게 강연하니 기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강연 후 학생들이 소감을 쓰는 난이 있었는데 한 학생이 남긴 글 중 하나가 '자연이 예술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적어놓아 기뻤습니다.

가시연꽃.

생태춤의 철학적 배경이 바로 자연의 생물과 내가 하나 된다는 장자의 호접몽에서 유래한 물아일체인데 그와 비슷한 자연에 바탕한 인문철학의 도움을 받는다면 방문객 본인은 물론 자녀들의 감성 함양에도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생물과 내가 하나라는 물아일체서 시작된 생태춤 단계를 지나 지역 주민, 우포 방문객과 제가 연극에 출연하여 방청객이 함께 즐기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생각하다가 생태춤을 연극으로 표현하고자 연극 대본을 10장 정도 써 놓았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가족방문객이 우포늪에 옵니다. 차에서 자다가 눈을 반쯤 뜬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아빠 여기 어디야?" 아버지는 "생태천국 우포늪이지" 답하는데 아들이 "우포늪은 어떤 곳이냐"고 묻는 데 대해서는 아빠가 대답을 못합니다. 마침 주민이 지나가면서 "우포늪은 습지"인데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그 네 곳을 말합니다. 우포늪 주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민은 미리 방청객에게 나누어 준 종이에 적힌 내용과 같은 생태 노래를 두어 곡 부르고 사라집니다. 이때 저 멀리서 나무에게 절하는 글쓴이를 방문객 어린이가 쳐다보고는 "저기 나무에 인사하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조금 뒤 제가 나타나니 "아저씨 왜 나무에게 인사하세요?" 하고 묻고, 저는 "나무는 인간보다 생태계의 대선배이니 존중하는 의미에서 간단히 머리를 숙였단다"라고 합니다. "아 ! 그렇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어린애는 습지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저는 동작으로 알려줍니다. 그런 뒤 습지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을 주제로 생태춤을 방청객과 함께 해봅니다. 마지막엔 방문한 어린애가 "감사해요 다음엔 새벽 안개가 있는 날에 또 올게요" 하며 떠납니다.

언젠가 이 춤추는 생태 연극을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며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생태춤 연극은 우포늪이라는 독특한 지역에서 탄생되어 동식물 등 우포에 사는 생물들을 동작을 통해 즐겁게 만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연극으로 차별화된 관광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여름 우포늪의 녹색 수면을 덮은 주인공 가시연의 잎과 꽃은 우포늪 제1 전망대 밑에서 사초군락으로 가는 길까지 많이 피어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도 태풍이 오거나 홍수가 나면 언제 사라질지 모릅니다. 태풍이나 홍수가 나면 가시연꽃이 거의 없어지거나 많이 사라져버려 안타까웠습니다.

우포늪을 찾은 물꿩. /창녕군

그런데 가시연꽃만 있을 때와는 달리 아주 작은 자라풀이나 마름이 가시연꽃과 함께 있었을 때는 그 가시연꽃이 다행히도 홍수와 태풍을 이겨내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에서 저는 '우포늪의 가시연꽃과 친구(마름과 자라풀)들'이라는 이름으로 그 우정을 나타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시연과 자라풀이 친한 친구로 자랐지만 가시연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견줘 자라풀은 너무도 작아 가시연의 친구들은 자라풀의 친구인 가시연에게 같이 놀지 말라고까지 합니다. 자라풀은 자신이 친구 가시연처럼 크지 못하고 놀림감이 되어 우울합니다. 우포 방문객들도 가시연에게만 관심을 가져 가시연은 더욱 우쭐해하고 나중에는 작은 자라풀 친구들을 업신여기는 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가시연은 예쁜 얼굴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도 독차지합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홍수가 나고 태풍이 온다고 하자 가시연들은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습니다. 피곤해 새벽에 잠깐 눈을 붙였는데 깨고 나니 많은 가시연 친구들이 강한 바람에 상처를 입고 심지어는 사라져버린 친구도 있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름과 자라풀에 둘러싸여 있던 가시연은 밤 사이 날려가지 않고 예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마름과 자라풀 친구들이 손을 꼭 잡고 바람을 최대한 막아 가시연 친구가 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알아차린 가시연은 당황스럽고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였습니다. 주위 인기척에 잠에서 깨어난 자라풀은 "넌 둘도 없는 친구잖아" 하면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가시연은 감격해하면서 손을 잡아 꼬옥 잡았습니다. 다시 이전의 친구로 돌아갔겠죠? 우포에 있는 덕분에 완성되지 않은 작은 동화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언젠가 우포에 오는 어린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입니다.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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