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옷가게 사장·고객이 만든 모임 '남천사'

동호회라고 하기에는 활동 범위가 좁고, 그저 친목모임이라고 부르기엔 서로 신뢰와 연대가 강했다. 또 모임이 결성된 연유도 남달랐다. 창원지역에서 활동한다는 '남천사'. 어떤 사람들이 모였을까? 창단자와 회장을 만났다.

'남천사' 창단자이자 회원들로부터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는 강남주(여·51·창원시) 씨는 남성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옷가게 사장이다. 그리고 '남천사' 회원들은 모두 옷을 사러 왔다 강 씨와 인연을 맺은 손님들이다. 그들의 우정은 아주 끈끈하다.

"10년 전쯤일 거예요.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들 두 녀석만 키우다 장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남편이 상가 분양을 받았는데 부도가 나는 바람에 투자금을 몽땅 잃을 형편에 놓였죠.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분양을 받았던 부도난 상가에 옷가게를 차렸습니다. 남성캐주얼 옷가게였죠. 당시 장사 수완이라곤 전혀 없었죠."

남천사 회장인 김세민(왼쪽) 씨와 옷가게 남인천하 사장인 강남주 씨. /이미지 기자

그런데 장사가 아주 잘됐다. 몇 개월 만에 2000만 원 정도 벌었단다.

"아들을 키워서인지 옷 사러 오는 아들뻘인 고등학생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밥은 먹었는지 학교는 잘 다니는지 묻게 됐고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한 번 들른 애들이 다음번에 친구를 데려왔고, 옷을 굳이 사지 않아도 놀러 오는 아지트가 됐어요."

이때 만났던 10대 소년들은 현재 30대를 바라보는 사회인이 됐고, 20대 대학생들은 어엿한 가장이 됐다. 그리고 '남천사' 회원이다.

'남천사'가 결성된 것은 2008년도로 거슬러 간다.

강 씨는 지난 2006년 장사를 하던 부도난 건물에 새 주인이 들어서면서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지하상가로 가게를 옮겼다. '남인천하'라는 간판을 달고 '유니크'한 디자인의 의류만 취급했다. 지하상가에서 흔치 않은 콘셉트 덕에 가게는 입소문을 탔고, 한번 발을 들인 손님은 단골이 됐다. 그녀는 한결같은 단골손님들과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모임이 있다면 친구, 동창에게는 말 못할 고민도 털어놓겠다 싶었고, 남인천사를 사랑하는 모임, '남천사'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들 중 그녀가 지켜본 한 사람이 있었다. 현재 '남천사' 회장인 김세민(29·창원시) 씨다.

강 씨는 이렇게 말했다.

"1년 넘게 세민이를 봐오다 가게도 맡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믿음이 갔어요. 사람은 느낌이라는 게 있는데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촉이 왔죠. 원래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회에 나가게 되면 자주 못 보잖아요. 남인천하를 통해 소모임을 만들어서 나를 통해 못 만날 인연도 만나게 하면 어떨까 싶었죠. 나이도 사는 곳도 다 상관없이 옷 취향으로 만난 사람들인 거죠. 그리고 회장은 세민이에게 맡겼죠."

현재 '남천사' 회원은 35명. 이 중 여자 회원은 4명이다. 이들을 관리하고 모임을 책임지는 김세민 씨는 말한다.

"이 모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서로 인생상담, 연애상담도 하고 놀러도 다녀요. 일종의 계 모임이라고 보면 되죠. 사장님이 워낙 친화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타고 회원들도 모두 친해요. 옷 가게 손님들과 사장이 이런 모임을 하는 경우는 아마 흔치 않을 거예요.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변함없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임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취업 때문에 고민인 회원에게 취업을 알선해주고 서로 성공을 바라는 끈끈한 우정을 보면서 이젠 그들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며칠 전 머리가 짧은 청년이 옷을 사러 왔는데 나라사랑카드를 꺼내는 거예요. 군인인 거죠. 아들 같은 마음에 옷값을 팍팍 깎았죠. 다른 거 없어요. 우리 모임은 이런 마음으로 생긴 거예요.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싶고, 이들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죠. 회원들 모두 건강하고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쉰이라는 나이를 잊고 사는 그녀는 앞으로 몇 년 후 창원에 '만남의 광장' 같은 커피숍을 내고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고 싶은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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