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차원욱·이혜심 커플

차원욱(32) 씨는 믿지 않는 게 있었다. '한눈에 반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다. 주변에서 종종 이런 얘길 하면 코웃음만 쳤다. 그런 일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3월이었다. 친구 커플로부터 소개팅 제의를 받았다. 고깃집에서 친구 커플과 자연스레 만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 이혜심(31) 씨가 나왔다. 원욱 씨에게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혜심 씨를 보자마자 '아, 이 여자는 내 여자다. 아니 와이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작은 체형에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혜심 씨가 그랬다. 하지만 그건 단지 일부분이었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 가슴을 때렸다.

"어떻게 표현해야 되죠? 처음 보는 순간 '내 여자다'라는 촉이 왔어요. 모든 걸 다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이달 25일 결혼을 앞둔 차원욱(왼쪽)·이혜심 커플.

그렇다고 너무 티 나게 '작업'에 들어가면 역효과가 있을까 봐, 쿨하게 대하는 척했다. 하지만 원욱 씨는 화통한 경상도 남자 스타일이다. 숨기려고 해서 숨겨지는 게 아니었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친구 커플이 짓궂게 술을 먹이려 하자, 중간에서 모두 낚아채며 대신 마셨다. 그날 집으로 데려다 주면서 휴대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며칠 후 영화관에서 둘 만의 데이트를 즐겼다.

성격 급한 원욱 씨는 더 시간 끌 필요성을 못 느꼈다. 다음날 전화통화에서 걸걸한 목소리로 "우리 사귀자"라고 말했다. 예상했듯 혜심 씨는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뚝심 있는 원욱 씨는 계속 전화로 공세를 펼쳤다. 결국 'OK' 대답을 들었다.

"저는 뭐 자신 있었어요. 만약 그날 통화에서 거절했으면, 승낙할 때까지 계속 귀찮게 할 생각이었어요. 어쨌든 그날 확답을 얻어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죠. 회사 동료들 다 불러서 '나 이제 여자 만난다'고 큰소리치고 그랬죠."

첫눈에 반한 여자와 두 번 만나고서 연애를 시작했다. 화끈한 원욱 씨는 연애도 길게 끌지 않았다. 지난 7월에 결혼 날짜를 잡았다.

"사귄 지 100일 됐으면 무조건 결혼해야죠. 200일, 300일 넘길 필요 뭐 있어요. 그렇게 연애하고도 결혼 안 하면 큰 죄죠. 안 그래요?"

원욱 씨는 결혼 날짜를 잡은 이후 한참 지나서야 프러포즈 이벤트를 했다. 준비 기간이 3주나 됐다. 그 사이 혜심 씨는 이벤트 안 하느냐며 계속 닦달했다. 원욱 씨는 "그런 거 안 한다"고 큰소리쳤다. 체질에 안 맞는 연기를 하려니 3주 동안 꽤 속이 탔다.

이달 25일 결혼을 앞둔 차원욱(왼쪽)·이혜심 커플.

그리고 마침내 준비한 날이 왔다. 개그 공연하는 소극장으로 데려갔다. 공연 막바지에 결혼식 장면으로 이어졌다. 둘을 위한 시간이었다. 배우들이 객석에 있던 둘을 무대에 올렸다. 혜심 씨는 어리둥절했다. 스크린에서는 원욱 씨가 준비한 영상이 나왔다. 관객 100여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제야 그 시간에 몸을 맡긴 혜심 씨는 절로 눈물을 흘렸다.

원욱 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한껏 으쓱해 한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릴까 봐, 영상 막바지에는 재미있는 장면으로 꾸몄죠. 하하하."

둘은 오는 25일 결혼식을 올린다. 신혼집은 창녕 영산에 구했다.

결혼을 앞두고 원욱 씨는 약속한 것이 있다.

"제 성격이 '버럭'하는 편이거든요.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리고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담배도 끊기로 했어요. 혼자일 때는 담배가 외로움 달래는 데 도움됐죠. 하지만 혜심이와 함께 있을 때는 담배 피우는 그 5분도 아깝더라고요. 앞으로는 담배 한 대 필 5분 동안 혜심이 어깨를 주물러 주려고요."

이달 25일 결혼을 앞둔 차원욱(왼쪽)·이혜심 커플.

옆에 있던 혜심 씨는 첫 만남을 떠올리며 이렇게 얘기한다.

"사실 저는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어요. 한두 번 보니까, 그 매력이 느껴졌을 뿐이에요."

이 말을 들은 원욱 씨가 또 '욱'하려 한다.

"그리 말하면 안 되지. 너무하네."

혜심 씨도 만만찮은 성격이다.

"뭐가 너무하노. 여자는 원래 들이대면 안 된다."

둘은 또 그렇게 한동안 장난 섞인 다툼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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