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생명사랑 서포터스 '지성인'

"오빠 믿지?"

청춘. 그 젊은 혈기의 사랑은 축복이 되기도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한국의 낙태율은 가임기 여성 1000명당 29.8건이었다.

창원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만난 6명(박다은, 이희주, 서혜지, 이채영, 이슬기, 허수민)의 여대생들은 '상처'를 예방하고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들은 창원대 가족복지학과 12학번으로, 21살 동갑내기 '생명사랑 서포터스 5기 지·성·인(지켜줘 성에 대한 인식)' 팀이다. 생명사랑 서포터스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생 서포터스로 매년 3~4월 선발해 6개월가량 활동한다.

'지성인'의 캠페인은 매월 1~2차례 주로 창원지역을 무대로 활동한다. 경남 FC의 축구 경기장, NC 다이노스의 야구 경기장,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등에서도 '낙태예방' '원나잇 안돼요' 등의 피켓을 당당히 들었다. 오는 10월까지 창원 곳곳에서 캠페인을 벌인다. 캠페인은 건강한 성문화 확산을 통해 낙태를 예방하고 '생명 중시'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생명사랑 서포터스 '지성인'. 왼쪽부터 이희주, 이채영, 이슬기, 서혜지, 허수민 씨.

◇피임법, 제대로 아시나요 = 8월의 뜨거운 햇볕아래 그들은 정우상가 앞에서 피임법에 대해 홍보하고 있었다. 주요 대상은 20~30대 젊은 층이다.

'여자친구가 임신을 한다면 아이를 낳을 것인가'라는 문구는 길을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잡는다. 한 젊은 남성이 앞에 섰다. 그는 피임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낙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스티커'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남성의 음경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에 콘돔을 직접 씌워보는 체험으로 이어진다. 남성은 요상한(?) 모양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콘돔의 사용방법에 대해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체험을 하는데, 오픈된 길거리라서 그런지 민망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나면 뭔가 뿌듯해요."

또 다른 한 남성은 콘돔 씌우기 체험에 응하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체험이 10대 청소년들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은 하지 못한다고 했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책임 = 아직은 풋풋함이 먼저 느껴지는 21살 청춘들. 거리에서 이런 활동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을까.

"처음엔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였죠.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기도 힘들었고, 더군다나 조금 자극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하지만 몇 차례 캠페인으로 많이 익숙해졌고 또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생긴 것 같아요."

지성인 멤버들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캠페인에서 시민에게 콘돔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활동이 주위의 친구들에게 알려지다 보니 자신들을 찾는 친구들이 늘었단다. 피임법 등 성에 관한 지식에 대해 묻기 위해서다.

한 가지 꼭 알리고 싶은 것은 '먹는 피임약'이란다. 흔히 사람들이 먹는 피임약에 대해 '건강에 좋지 않다'라고 오해를 많이 하는데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없고 생리 주기를 규칙적으로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원나잇'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들은 원나잇을 자제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첫 만남일지라도 강렬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질문이 조금 어려웠는지 표정이 진지해진다. 그렇지만 이내 이런저런 얘기를 통해 답을 찾아간다.

"사랑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에요. 책임질 수 있는 사랑을 하자는 거죠. 하룻밤 사랑일지라도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그 이후가 문제이지요. 원치 않는 임신, 엄마의 뱃속에서 죽어야 하는 생명이 가엾잖아요. 생명은 그 자체가 소중한데."

더운 날씨에 구슬땀이 절로 흐른다. 이날 창원 정우상가 캠페인 활동 중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 한 분은 "밥 잘 먹고 젊은 사람들이 어디 할 일이 없어서 이딴 걸 하고 있어"라며 역정을 내며 지나가기도 했다. 주눅이 들 법도 한데, 오히려 미소로 넘긴다. 역정을 내는 어르신들이 가끔 있지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단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재밌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빠 믿지 말고, 피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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