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창원 진북 '4·3 삼진 의거 기념' 팔의사 창의탑 폐기·신축

1919년 일어난 '4·3 (마산) 삼진 의거'를 기념하기 위해 이 지역 주민들이 1963년에 세운 '팔의사 창의탑'이 사라졌다.

4·3 삼진의거는 일제강압통치에 대항한 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민중운동이었고, 이 과정에서 8명이 순국하고 22명이 부상한 민족사적 사건이었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후 1950년대부터 삼진(진전·진북·진동면) 주민들은 산화한 열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창의탑 건설을 추진한다. 십시일반 기금을 모은 끝에 1963년 가까스로 '팔의사 창의탑'을 완성했다. 그리고 당시 박정희 정권은 이 탑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건립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탑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련 전문가들이 경악하고 있다.

현재는 1963년 창의탑을 재현한 신형 창의탑이 세워져 있고, 실제 '8의사 창의탑'은 폐기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산·삼진 연합청년회가 국비와 시비 2억 원을 지원받아 추진한 '마산 진북면 팔의사 창의탑 신축 및 경관조성' 사업에 따른 결과였다.

4·3 삼진 의거(1919년)를 기념하려 주민들이 1963년에 세운 '팔의사 창의탑'. /경남도민일보 DB

이 사업이 추진된 이유는 "기존 낙후된 시설과 주변 경관의 부조화로 마산 팔의사 창의탑의 숭고한 정신을 전달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구산·삼진연합청년회 관계자는 "기존 창의탑을 재현한 구조물을 신축함과 동시에 주변 경관까지 정비할 계획"이라며 "1963년에 세워진 창의탑에 있던 각종 구조물 등은 새로 세워지는 탑 주변에 전시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공사 관계자는 "기존 탑에 붙어 있는 구조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돌이 떨어져 나가는 등 훼손이 심해 폐기처분 했다"고 밝혔다.

13일 팔의사 창의탑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진북면(창원시 마산합포구)에 가보니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주변은 어지러웠다. 신형 탑만 흉물처럼 서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7월 말 준공완료 예정이었지만 중간에 설계변경이 이루어지는 등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구산·삼진연합청년회 관계자는 창의탑을 신축하고 기존 탑을 폐기처분한 배경에 대해 "기존 창의탑이 낡고 퇴색해 어떻게 하면 선조들의 정신을 기릴 수 있을지에 대해 의논에 의논을 거듭한 끝에 도출한 결과"라며 "지역 유지들과 시의원 등이 모여 수십 차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창원시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결정된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만들어진 신형 창의탑./임채민 기자

하지만 진전면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동네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으고 땀 흘려 세운 창의탑은 그것 자체로 역사성과 상징성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 주민들은 새로 세운 탑이 딱히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며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다만 청년회에서 추진한 사업이어서 불만이 표출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장근 경남대 교수는 "팔의사 창의탑, 팔의사 창의비, 팔의사 묘역 등은 삼진의거를 기억하기 위한 장치들인데 삼진의거를 기념한다면서 기억하는 장치를 부숴버리는 건 맥락에 맞지 않다"며 "오래되고 모양이 안 좋다고 부숴버리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흥왕 순수비가 오래되고 낡으면 부숴버려야 하는 것이냐"는 장탄식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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