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자전거 국토순례 넷째 날부터 달라진 아이들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 넷째 날(2013. 7. 30)은 대전 평송청소년수련관을 출발하여 증평종합스포츠센터까지 달리는 80㎞ 구간이었습니다. 대전 평송청소년수련관을 출발하여 금강 자전거 길을 따라 대청호까지 가는 길은 전체적으로 오르막 구간이 많았지만 가파른 길이 아니어서 무난한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다만 마산 참가자 중 한 명이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며 깜박 졸다가 자전거 길에 설치된 '볼라드'를 들이받고 넘어지는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5㎞ 정도 로드팀이 자전거를 밀고 이동하여 지원 차량을 이용하여 병원으로 이송조치 하였는데, 찢어진 상처가 벌어져 덧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봉합 수술을 하였습니다.

이 친구는 이날 작은 사고 때문에 임진각까지 완주하려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이틀 동안 쉬었다가 마지막 날 임진각에 들어갈 때 함께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사고 경위를 들어보니 강변 길을 달리다가 깜박 졸았던 모양입니다.

대전 평송청소년수련관을 출발하여 20여㎞를 달려 대청호 공원에서 첫 번째 휴식을 하고, 넷째 날 라이딩 구간 중 가장 어려운 코스였던 대청호길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1차로 좁은 도로에 높고 낮은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 구간이라 출발 전에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대청호를 돌아 오르막이 처음 시작되는 구간의 경사가 심해서 출발부터 무너지는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절반 이상은 '끌바'를 하게 될 것이라는 실무자들의 예상을 깨고 많은 아이가 오르막 구간 라이딩을 거뜬히 해냈습니다.

   

전체 참가자 중에서 10% 정도만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올라왔고 대부분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올랐습니다. 지난 사흘 동안 변속에 익숙해지고 체력도 좋아진 덕인지 예상보다 훨씬 멋진 라이딩을 해주었습니다.

오르막 구간 라이딩을 무난하게 해낸 덕분에 이날은 점심 식사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도 계획대로 딱딱 맞출 수 있었지요. 힘든 오르막 라이딩을 해내고 나니 팀워크도 저절로 생기더군요. 단체 사진을 찍자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슬슬 피하던 녀석들이 두 번째 휴식지에선 팀별로 모여 사진을 찍더군요.

청주시 중흥동에 있는 원봉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증평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점심을 먹는 동안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지만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오후에 증평종합스포츠센터까지 가는 길에도 대청호길과 비슷한 높이의 오르막 구간이 두 번 정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통과하였습니다.

특히 마산 참가자의 경우 넷째 날까지 부상자 1명과 자전거 고장으로 인한 구간 탑승자 외에는 차량 탑승자 없이 29명이 완주를 해내고 있었습니다. 2~3명의 아이들이 오르막 구간만 나오면 뒤로 처지고 힘들어 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라이딩을 해냈고요.

그중에서도 초등 6학년 김시훈은 마치 한 편의 다큐를 찍는 듯한 감동적인 라이딩을 해냈습니다.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올랐고, 힘들어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일이 있었지만, 끝까지 차량 탑승을 마다하고 주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면서 완주 레이스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넷째 날이 되면서 아이들의 라이딩 실력은 일취월장하였습니다. 이날 구간의 거리가 짧기는 하였지만 70㎞를 4시간 51분 만에 완주하고, 구간구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하였는데도 오후 5시쯤에 무리없이 증평종합스포츠센터까지 도착하였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를 하면서 진행자들이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 중 하나는 이렇게 참가자들이 변화,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처음엔 핸들을 똑바로 잡고 주행하는 것도 잘 안 되어 비틀비틀 핸들이 흔들리고, 언덕길만 나오면 변속을 제대로 못 해 체인이 빠지던 아이들이, 체인이 빠지면 얼른 다시 끼워 출발하고 나중엔 웬만한 언덕길이 나와도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는 넷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대청호 고갯길을 가뿐하게 오른 아이들은 자신감이 붙었는지 오후부터는 크고 작은 오르막길이 나타나도 전체 대열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페달링에 힘이 붙었고 작은 오르막길은 그야말로 가뿐하게 넘어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힘든 국토순례에 '중독'(?)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루하루 변화,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온몸과 마음으로 직접 경험하면서 달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처음엔 자전거에서 내리고 싶을 만큼, 어떤 아이들에게는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힘들었던 언덕길들을 불과 사나흘만에 가뿐하게 달릴 수 있게 되는 변화….

"평지만 타니까 잠이 온다", "가끔은 오르막길도 나오고 고개도 넘어야 재밌다"는 말이 아이들 입에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힘들어서 죽겠다던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첫날, 둘째 날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던 녀석들이 이제는 제법 호기(?)를 부릴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여기서부터는 언덕길이 나와도 문제가 없습니다. 여전히 다리가 아프고 힘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힘든 오르막 구간을 올라온 기쁨과 성취감을 즐길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높고 긴 오르막길을 넘을 때마다 아이들의 '무용담'이 쌓여 갔고 자신감도 조금씩 더 쌓여갔습니다. 또 오르막 다음의 내리막을 달리는 여유와 기쁨도 즐길 줄 알게 된 겁니다.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http://www.ymca.pe.kr/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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