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 탓…누리꾼 "세금으로 재벌지원 그만"

"올여름 최대 전력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칫 발전기 한 대만 불시 고장이 나도 지난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지하 2층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전력수급위기 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윤 장관 이 말 한마디는 무인 관측장비이지만, 울산에서 40도가 넘는 폭염과 맞물려 당장 전략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KBS를 비롯한 방송 3사도 이날 메인뉴스에서 이를 집중 보도했다.

KBS <뉴스9>는 <전력 위기 속 '절전 외면' 대기업 명단 공개>라는 기사를 통해 "공급을 늘릴 순 없으니 이제 방법은 전력 사용을 줄이는 길뿐"이라며 "정부가 이례적으로 절전 규제를 지키지 않는 대기업 명단을 공개하면서까지 대대적으로 절전 동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순환단전 초읽기… 전력 '경계' 단계시 전국적 사이렌>이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는 비상대책을 내놨다"면서 "국내 모든 화력발전을 극대출력 운전하고, 공공기관 긴급강제 절전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개문 냉방도 집중 단속한다"며 "정부가 가능한 모든 비상대책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내일 예비전력이 200만 kW 밑으로 떨어져 '경계' 단계가 발령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경계 단계를 알리는 사이렌이 전국적으로 울리게 된다"고 보도했다.

SBS <8시 뉴스> 역시 <전력 수급 월·화·수 고비…정부, 대국민 호소문 발표>라는 기사에서 2011년 9월 15일 '순환 단전 사태'를 언급, "예비 전력이 20만 kW까지 떨어지면서 예고 없는 순환 정전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며 "정부는 앞으로 월·화·수 사흘간 자칫하면, 이런 최악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력대란 위기를 전했다.

그럼 정말 전력대란은 '개문 냉방'하는 시민과 '절전하지'않는 대기업들 책임일까? 에어컨을 켜놓은 채 문을 활짝 열고 장사를 하는 것도 절전 의식이 없는 것은 맞다. 대기업들이 절전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절전보다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지난 6월 26일 '전기요금 정상화'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부가 산업용 전기 요금을 ㎾당 90원 이하로 낮게 책정하면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에 비해 76조 6000억 원이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6월 26일 <경향신문>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 세계 최저…기업들 지난 5년간 76조 원 혜택 기사 중)

/경남도민일보DB

정부와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가정들이 전기를 물 쓰듯이 펑펑 쓰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니다.

<경향신문>은 "기업들이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 주택용 전기 1인당 소비량은 연간 1088kW, 미국의 4분의 1, 일본과 프랑스의 2분의 1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주택용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펑펑 쓰고 싶어도 나중에 '요금폭탄'을 맞을까 봐 쓰지 못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싼 것은 외면하면서 절전하지 않는다고 닦달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누리꾼들 비판을 받는 이유다.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은 자신의 트위터(@kennedian3)에 "산업용 전기요금만 누진제 구조로 올리면 해결될 문제를 온갖 생쇼를 다하며 국민들 몰아댄다"고 비판했다. 선 소장은 이어 "복지 확충 위해 재벌, 부동산 부자 제쳐두고 봉급생활자들에게 더 내게 한다"며 "싼 요금 펑펑 쓰는 산업용 전기요금 손 안 대고 가계 보고 절전하라고 한다. 십시일반 좋은데, 왜 늘 서민들만 십시일반하고 가진 자들은 특혜를 누리냐고?"라고 질타했다.

트위터 이용자인 @shoe********는 "단전이 어쩌고 하지 말고 산업용 전기요금 올리면 너 나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eo***도 '절전 위반' 대기업 명단 공개…산업계까지 압박한 것을 두고, "아무런 불이익도 없는 명단 공개는 해서 뭐합니까? 턱없이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근본처방이거늘 언제까지 국민 혈세로 재벌 대기업 지원할 건가요?"라고 꼬집었다.

윤상직 장관은 전력대란을 경고하면서 "발전기 한 대만 불시 고장이 나도 지난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책임은 실제 정부에 있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원전비리가 그 단초라 할 수 있다. 지난 5월 31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고 원전비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원전비리는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시험성적서 위조 원전 부품 사태 파문으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이들 3기가 제대로 가동됐다면, '전력대란' 운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원전 안전성 여부는 잠시 접어두자. 이처럼 전력대란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신들 책임은 반성하지 않고, 애먼 국민만 다잡고 있다.

/탐독(인서체와 함께하는 블로그·http://blog.daum.net/saenoo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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