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터뷰]조카 김도영이 쓰는 이모 최필순 이야기

'아이가 학교 들어갈 때면 욕심부리지 말자'고 손가락 걸며 약속했다던 새내기 부부. 결혼 10년 차가 되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는 멘트에 솔직히 웃을 수 없게 되어버린, 평범한 주부임을 강조하는 그녀. 그저 본인은 창원시 반림동에서 9살·7살 된 두 딸을 건강히 키워내는 데 주력하다가도 간혹 어떤 모습의 부모상을 보이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기도 한다. 조카 김도영(28)이 이모 최필순(41) 씨를 인터뷰했다. 오늘 하루는 이모가 아닌 한 학부모로서 그녀의 건강한 자녀양육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모는 본인이 부모인 것 같아? 아니면 학부모인 것 같아?

"솔직히 모르겠네. 내가 부모인지 학부모인지? 아이가 웃고 즐기고, 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는 부모 같다가도, 또 성적이 신경 쓰일 때는 어쩔 수 없이 학부모인가 싶기도 해. (웃음) 부모와 학부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평범한 엄마지. 첫 딸이 태어났을 때는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게, 내가 읽었던 육아 책에서 본 것처럼 되는 거야. 정말 신기하더라고. 아이에게 소리 한 번 지르는 법 없이 천천히 가르쳐가며 평온하게 지냈지. 그러다 둘째가 태어났는데 이건 뭐지 싶더라. 둘째 딸아이는 고집도 어마어마하게 세고 강해서, 지금도 자주 부딪치고는 하지."

단란한 모습의 김성곤·최필순 부부와 딸 채연·재은 양.

-힘들지는 않고?

"그렇지는 않아. 그런데 부모 교육받으러 다닐 때마다, 이전 나름 스스로 참 좋은 엄마, 교육적인 엄마라고 생각했던 것이 완전히 깨지는 거야. 큰아이는 엄마 말에 많이 따라주는 순한 아이여서 잘 몰랐었거든. 어쩌면 엄마에게 숨 막혔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지금도 아이들과 조율해가는 과정에서 약간은 힘들기도 하지만 딸들에게 고마운 게 더 많아. 그래서 부모인가 학부모인가보다는 아이의 현재 상황에서 내가 얼마만큼 개입할 것인가에 더 신경 쓰고 있어. 최대한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에게 맡기고, 최근에는 집안일 분배하기 집중단속 기간에 들어갔지. 빨래 개기·신발장 정리·식사준비할 때 돕기가 주 대상인데 큰딸이 병설유치원 다닐 때 숙제로 나온 걸 지금까지 삼 년째 하고 있으니 꽤 능숙해. 덩달아 일곱 살 난 둘째도 언니 흉내를 내더라고. 가끔 짜증 낼 때도 있지만 잘 따라주고 있어."

단란한 모습의 김성곤·최필순 부부와 딸 채연·재은 양.

-참. 주말농장 다닌 지 4년 정도 됐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

"아이들은 흙에서 놀아야 정서적으로 건강하다는 너희 이모부 권유로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잘한 것 같아. 개미만 봐도 기겁하던 아이들은 이제 올챙이·개구리를 잡으며 씩씩하게 놀거든. 시골에서 할 것 없다고 심심해하던 아이들이 구덩이 하나 파인 곳에서도 한참을 뛰어놀고, 굴속에 두려움 없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거야. 또 농약 대신 EM(유용 미생물 균)을 집에서 같이 만들고, 그것을 뿌려 키운 깨끗한 채소를 먹기도 해. 처음에는 아이들 때문에 시작했는데 매년 '무얼 심지? 어떻게 키우지?'라면서 부부간 대화도 더 많아졌어. (웃음)"

-주말농장에서 어떤 걸 심었어?

"6평(19.83㎡) 정도 땅에 가지·고추·애호박·단호박·오이·방울토마토·토마토·깻잎 등 10여 가지를 심었어. 가을에는 배추랑 열무를 키워 김치도 담그고, 아이들은 배추벌레를 잡고 놀고 있어. 재밌겠지?"

-이모, 정말 멋진데! 그럼 언제까지 할 거야?

"글쎄. 딱히 언제까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가끔 이모부하고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외곽으로 빠져서 좀 느리고 거칠게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고는 해. 내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하면 손주 녀석들도 데리고 올 수 있는 정겨운 시골에 있는 것도 좋잖아."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바라는 것?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이들은 끊임없이 어른들 영향을 받으니까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랄 수 있을까'를 더 많이 생각해. 최소한 아이에게 해가 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하고 기도하고는 해. 내가 내 욕심으로 아이를 몰아붙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그렇게 성급한 마음에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할까 걱정이야. 그건 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니까 더 노력해야겠지. 물론 '준비물 잘 챙겨라' '수업시간을 잘 지켜라' 같이 순간순간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은 바로 아이에게 말하기도 해. 욕심을 조금 더 낸다면 아이들이 자랐을 때 '우리 부모님이 존경스럽다'는 얘기는 꼭 듣고 싶네."

단란한 모습의 김성곤·최필순 부부와 딸 채연·재은 양.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싶은 말이 있다면?

"여보, 김성곤 씨~ 조금이라도 아이들 어렸을 때 추억을 주려는 당신 생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항상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어서 고맙고, 표현 없는 경상도 남자지만 나에겐 '딱'이야. 십 년 지난 지금, 결혼할 때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알지? 그리고 사랑하는 딸 채연아~ 사랑하는 딸 재은아~ 너흰 엄마 뱃속에 잉태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엄마의 영원한 아군이야. 엄마는 너희에게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말로만 하는 엄마가 아닌 실천하는 엄마….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엄마 모습 계속 보여줄게. 우리 파이팅 한번 할까?"

귀여운 아이들에게 넉넉한 가슴과 건강한 신체를 다 물려주고 싶어하는 욕심쟁이 이모와 인터뷰는 훗날 내가 가정을 꾸렸을 때 이상적인 단란한 가정을 연상하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이모·이모부. 그리고 채연이와 재은아! 계속해서 지금처럼 따뜻하고 사랑 넘쳐나는 모습 보여주세요.'

/김도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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