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 뭐하니?] (11) 떠날 준비를 하는 제비

동네 하늘에서 제비가 사라졌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는데, 잠깐 사이에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강남으로 날아간 것일까요?

8월이 되면 제비는 강가나 바닷가의 갈대밭으로 날아갑니다. 지난 5월 1차 번식 때 태어난 새끼 제비가 먼저 모여듭니다. 8월 중순이 되면 2차 번식으로 태어난 새끼 제비와 새끼 기르기를 끝낸 어미 제비도 모입니다. 미리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곳으로 모여드는 제비의 수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넓은 갈대밭에 수만 마리나 되는 제비가 모여드는 곳도 있는데,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날아드는 제비의 모습은 장관입니다. 갈대밭은 제비가 강남으로 떠나기 전에 잠자리로 쓰이게 됩니다. 제비가 갈대밭으로 날아와서 잠을 자는 까닭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거나 밝혀진 것이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무리가 한꺼번에 모여서 편안하게 지내기에는 적당한 곳으로 여겨집니다. 먹이가 되는 곤충도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본 도쿄 후추시 타마강 갈대밭으로 수만 마리의 제비들을 관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갈대밭에서 밤을 보낸 제비는 낮이 되면 주로 전깃줄에 앉아서 지냅니다. 강남까지 먼 길을 날아가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두 번의 번식으로 태어난 새끼 제비들도 이제는 스스로 먹이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잘 날아다닙니다.

이렇게 갈대밭에 모여서 무리를 만든 제비는 9월이 되면 조금씩 남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3월 초에 제주도에서부터 모습을 보이는 제비는 북쪽으로 조금씩 올라와서 4월이면 서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여름철새입니다. 여름철새가 다시 돌아가는 까닭은 추위와 부족한 먹이 때문입니다. 제비는 기온이 5도 이하가 되면 활동이 둔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기 전에 날아갑니다.

제비가 겨울을 보내는 곳은 강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강남은 중국 양쯔강 남쪽에 있는 지역을 뜻합니다.

9월에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바닷가 갈대밭에 머무르던 제비 무리는 곧 제주도로 날아가 잠시 머무릅니다. 이제부터는 바다 위를 날아서 가야 하기 때문에 먹이를 충분히 먹어 두어야 합니다.

가락지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제비의 대부분은 타이완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타이완까지는 한 번에 날아갈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해안을 따라 타이완까지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비가 나는 속도는 시속 50km쯤인데, 바람을 잘 타면 시속 200km까지도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몸길이가 겨우 17cm밖에 안 되는 작은 제비가 해마다 타이완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사는 것도 신기한데, 지난해 왔던 곳을 그대로 다시 찾아와서 둥지를 트는 것을 보면 자연이 가진 신비로움에 더욱 놀라게 됩니다.

해마다 우리 곁을 찾아오는 제비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 까닭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제비가 머무르는 동안 먹이활동을 하고 새끼를 기르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인간의 활동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훼손하고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봄>에서 레이철 카슨이 경고했듯이, 봄이 되어도 제비가 돌아오지 않게 되는 곳은 그만큼 인간들도 건강하게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박성현(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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