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계상현·조민정 부부

적지 않은 시간이다. 서로 알게 된 지 25년이나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남녀 관계로 함께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코흘리개 친구였던 계상현(33)·조민정(32) 씨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9개월 된 딸을 둔 부부가 되어 있다.

둘은 같은 유치원·초등학교를 나왔다. '단짝'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그런 친구'였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복선'이 없지는 않았다. 상현 씨는 여러 친구와 함께 민정 씨 집에 놀러 갔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제법 넉살 좋던 상현 씨는 민정 씨 어머니에게 '장모님'이라고 하면서 넙죽 인사하기도 했다.

중학교 진학 이후로는 서로 그 존재를 잊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한창 '동창회 사이트'가 유행하던 시절 다시 대면했다. 드문드문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성적 호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또 몇 년이 흘렀다. 그러다 친구 몇몇이 모인 술자리가 있었다. 그날 무슨 큰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좀 더 편하게 얼굴 볼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한 정도였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편한 만남 속에서 둘은 연인의 길로 가고 있었다.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누가 사귀자는 말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같이 여행 다니고 하면서, 자연스레 스며든 것 같아요."

코흘리개때부터 친구였던 상현 씨와 민정 씨는 25년이 지나 8개월 된 딸을 둔 부부가 되었다.

사실 둘 관계는 좀 애매했다. 여전히 각자 만나던 이성 친구가 있었다. 그 속에서 둘은 둘대로 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한 배경에서 둘은 한 번의 헤어짐이 있었다. 물론 상현 씨가 적극적으로 손 내밀면서 그 고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둘 교제 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라고 했죠. 신랑은 약간 나쁜 남자 스타일에다가 말도 적은 편이죠. 그리고 체형이 좀 많이 말랐어요. 제가 그런 스타일에 호감 없다는 걸 친구들이 잘 알거든요. 그런데도 저희가 사귄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겠죠."

민정 씨는 상현 씨의 숨은 매력을 보았다. 무뚝뚝하지만, 가끔 재치있게 툭툭 내뱉는 말에 '빵빵' 터졌다. 옷을 깔끔하게 잘 입는 모습에서 자기를 가꿀 줄 아는 남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둘은 1년 6개월여 교제 끝에 지난 2012년 1월 결혼식을 올렸다. 사귈 때도 고백이 오가지 않았듯, 결혼 프러포즈도 마찬가지였다.

"남편한테 프러포즈 이야기를 여러 번 했죠. 나름 이벤트 방법을 찾으려 노력은 하더라고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결국 프러포즈 없이 결혼하게 됐네요. 에휴, 표현에 워낙 서툰 남자라…."

상현 씨는 이 푸념을 앞으로도 계속 들어야 할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냥 '허허허' 웃고 말 뿐이다.

둘은 연애 때 참 많이도 싸웠다. 동갑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서로 뒤지지 않는 만만찮은 고집 탓이 크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민정 씨 부모님이 애초 결혼을 반대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런 서로를 잘 아는 둘은 결혼 후 묘책을 꺼내 들었다.

"동갑이지만 서로 이름 부르지 않고 '여보'라고 해요. 저는 될 수 있으면 신랑한테 말을 높이려 하죠.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꼭 지키려 노력하죠. 그리고 싸웠을 때는 우선 감정을 좀 가라앉힌 후 나중에 대화하려 하죠. 이 방법이 고집 센 저희에게는 아주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코흘리개때부터 친구였던 상현 씨와 민정 씨는 25년이 지나 8개월 된 딸을 둔 부부가 되었다.

둘은 옛 사진첩을 꺼내본다. 유치원·초등학교 때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우연히 함께 찍힌 사진이 제법 된다.

"초등학교 때 남편은 키가 작아서 늘 앞쪽에 앉았죠. 저는 여자치고는 큰 편이었어요. 어릴 때는 남편이 저한테 범접도 못 했는데, 지금 이렇게 함께 살고 있네요. 하하하."

코흘리개때부터 친구였던 상현 씨와 민정 씨는 25년이 지나 8개월 된 딸을 둔 부부가 되었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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